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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상인' 정경 칼럼] 예술이 팔리지 않는 나라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
정경 칼럼니스트  |  cms@guk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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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6  16: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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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丁經, Claudio Jung)(www.claudiojung.com)
바리톤 성악가.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사)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www.operama.org) 소장으로 한세대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저서 '오페라마 시각(始覺)'

   
▲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정경 소장

뉴욕 브로드웨이는 뮤지컬, 연극 등 공연예술의 전 세계적인 성지로 불린다. 실제로 브로드웨이를 방문해보면 수백여 개 극장과 함께 작품별 박스오피스 순위표 등이 가장 먼저 이방인들의 눈길을 끈다. 스타 마케팅은 물론 단기성 이벤트 하나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순위권의 브로드웨이 공연들은 대부분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이루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브로드웨이라 불리는 대학로의 경우는 어떠할까. 우리나라 공연계의 침체는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로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문장은 수많은 공연예술인들의 배고픔을 상징하는 상투적인 표현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역경을 견디며 꿈을 좇는 이미지의 대명사가 되어버렸고, 그들이 올리는 공연 한 편의 관람료보다 흔한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가 더 비싼 경우도 많아졌다.

이처럼 뉴욕의 브로드웨이, 서울의 대학로는 유사한 형태의 문화적 뿌리를 갖고 있음에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그 원인은 국가적 규모의 전략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사회적 풍토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로 외국인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와 체계를 확립하였는가 여부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세계 공용어나 다름없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들이 누릴 수 있는 천부적인 이점이다.

그 어떤 비영어권 국가 출신의 관광객도 브로드웨이에서 자국어로 만들어진 공연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되는 영어 기반 작품들을 '오리지널'로 여기고 더욱 가치 있는 경험으로 여긴다.

그 결과 브로드웨이는 하나의 완벽한 관광코스이자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자국민을 배제한 외국인 관객만으로도 매진을 기록하는 일이 흔할 만큼 강력한 티켓 판매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반면 외국인들이 국어를 바탕으로 상연하는 대학로의 공연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언어적인 괴리감이 거대한 탓에 수요자도, 공급자도 서로에 대한 구애가 적극적일 수 없는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두 번째 차이점으로는 각 지역이 브랜딩(branding)된 수준에 따라 지니게 되는 포괄적이고 내재적인 영향력을 들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의 브로드웨이'라는 말은 간단히 성립하지만 '뉴욕의 대학로'라는 표현은 쉽게 정의되지 않는다. 이는 이미 널리 알려져 깊이 뿌리를 내린 대중적 인식의 폭과 깊이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다 오랜 시간과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여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해나가는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공연을 올릴 때 무엇에 초점을 두는가'이다. 실제로 브로드웨이에서는 출연배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작품'만을 내세운다. 스타 배우나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는 오늘날 우리나라 공연계의 흐름과 사뭇 대조적인 부분이다.

브로드웨이의 이러한 작품 위주의 홍보 정책 덕분에 대중들의 예술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가 높아졌으며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관심과 인기의 편중 현상이 완만하게 해소될 수 있었다.

또한 작품 자체에 대한 몰입과 깊은 이해가 이루어져 이를 바탕으로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가계소비의 전체 지출 가운데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을 더욱 풍요롭게 누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문화예술 활동이 곧 행복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것이나, 적어도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은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소비와 투자를 아끼거나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행복을 위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시대 속에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가 작게나마 꽃을 피운다는 사실은 어쩌면 커다란 숲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커다란 숲은 바로 문화 강국, 예술의 성지와도 같은 땅을 의미한다. 이곳은 아직 척박하고 모진 땅이지만 분명 씨는 뿌려져 있다.

브로드웨이와 대학로를 놓고 하나하나 비교하는 것은 분명 잔혹한 자기비판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방향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현실을 딛고 이상을 향해야 한다. 예술이 소비되지 않는 나라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 치열한 자기성찰과 반성을 통해 앞으로 예술이 올바르게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을 차근차근 만들어간다면, 우리는 조금씩 행복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정경 칼럼니스트 | 2015-11-06 16: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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