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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상인’ 정경 칼럼] 어제까지의 자기반성
정경 칼럼니스트  |  cms@guk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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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0  16: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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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丁經, Claudio Jung)(www.claudiojung.com)
바리톤 성악가.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사)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www.operama.org) 소장으로 한세대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저서 ‘오페라마 시각(始覺)’.

   
▲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정경 소장

예술인 정경으로 살아온 지난날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경이로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무대에 올라 연주를 시작하는 찰나의 두근거림, 황홀한 조명과 관객들의 박수소리, 무사히 노래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올 때의 안도감과 벅찬 가슴은 내일의 정경을 또다시 무대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동시에 뒤에서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고 채찍질해야 했던 시간이기도 하였다. 뜨거운 아궁이를 겪지 않은 도자기나 날카로운 날을 견디지 않은 조각상은 존재할 수 없듯이 반성과 절치부심의 시간 없이는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이상적인 예술상인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한창 칼럼을 연재하는 가운데 있었던 일이다. 나는 어느 공연의 예술 총감독으로 지목되어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기획과 연출을 담당하게 되었다. 공연에는 약 30분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현악 퀸텟(quintet, 5중주)팀이 필요했다. 탄탄한 실력과 열정을 갖춘 팀을 찾던 중 지인으로부터 한 팀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그들의 약력이 담긴 문서를 미리 받아보았다.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그들은 예술가로서의 이른바 ‘스펙’이 전혀 화려하지 않았다. 아무리 숨은 보석 같은 이들을 찾아내어 기회를 주고자 했지만 그들을 그토록 큰 무대에 출연시켜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나는 내심 불안한 마음을 지닌 채 그들을 오프닝 팀으로 정하고 무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연주 당일, 나는 퀸텟 팀과의 리허설 미팅 30분 전에 도착했다. 그들은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리허설 연주. 그들은 총 여섯 곡을 연주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는 순간이 없었고 나는 단 한 마디, 한 소절도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어떤 공연이나 무대보다도 더 큰 감동이 밀려왔다. 리허설이 끝난 뒤 나는 겸허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여러분이 과연 이번 무대를 잘 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계속 불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연주를 통해 이 세상에는 문서에 기록될 수 없는 가치와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선입견과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여러분을 멋대로 판단해서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더불어 어른스럽지 못했던 저를 일깨워주어 감사합니다.”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고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과정을 돕는 이상적인 ‘예술상인’의 모습과 잠시나마 출연자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나’ 사이에는 여전히 큰 괴리가 존재했다. 이는 내가 지금껏 비판해 온 기존 예술인들의 과오를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예술상인이라는 묘목이 큰 나무로 온전히 자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보호(철학)와 관리(언행일치), 그리고 주의(자기반성)를 기울여야만 한다.

화려한 무대에 올라 여유 있는 듯 노래하고, 마음에 품은 큰 뜻을 펼쳐보고자 칼럼에 글을 기고하지만 나는 여전히 평범하고 부족함 많은 예술가이다. 미숙한 나 자신의 고삐를 다잡기 위해 타성에 젖었다는 자각을 받을 때마다 되새기곤 하는 문장이 있다. 그 구절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은 곳에 새겨두려 한다.

“내가 어릴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러나 장성한 사람이 되고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 고린도전서 13 : 11

정경 칼럼니스트 | 2015-10-20 16: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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