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강주희 기자 = 아시아나항공(사장 김수천)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종사에 대한 처우가 저가항공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노사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014년 임금협상안'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33.6% 반대 64%로 임금협상안이 부결됐다고 13일 밝혔다. 노조가 임협안을 거부한 것은 지난 2000년 노조 설립 이래 처음이다.
노조의 이 같은 결정에는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기본급을 3% 이상 올리기로 결정했다. 반면 아시아나는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해 노조의 불만을 샀다.
통상적으로 임금 인상률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기종과 연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실제로 2010년 대한항공이 조종사 임금을 5.4% 올리자, 아시아나도 기본급을 5.4% 인상했다.
그러나 사측이 임금협상에 관한 자료를 내놓지 않자 노조는 조종사들의 희생만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사기가 떨어진 이유는 회사 경영진과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임금협상안에도 그 같은 구태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협 부결 초래
특히 노조는 부결의 책임을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회장에게 돌렸다. 박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금호아시아나가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투입된 비용은 10조 원에 달한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재무력이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 회장이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임금 동결을 강요해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임협 부결까지 낳았다"고 전했다.
열악한 근무환경도 부결에 한 몫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노조 사이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임금과 복지가 저가항공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15년차 기장들이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변재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의 퇴직 조종사는 2013년 48명에서 2014년 60명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 9월 말까지는 54명이 사직서를 냈다.
조종사 노조는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단순히 임급협상안이 마음에 안든다기 보다, 이번 잠정 합의안으로 대한항공 기본급인상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는 것에 대한 조합원들과의 공감대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향후 일정은 금일 대의원 대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