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강주희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설립취소 위기에 처했다. 이 전 대통령의 개인 채무가 이행되지 않아 재단 소유 빌딩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 의원이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영일빌딩을 급매물로 내놨다. 시가 150억원대에 이르는 이 빌딩은 지난 2009년 이 전 대통령이 청계재단 설립을 위해 출연한 건물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BBK 실소유주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당선과 관계없이 재산 전부를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당선 뒤인 2009년 395억원에 이르는 서초동 영포빌딩과 대명주 빌딩, 양재동 영일빌딩을 출연해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지난 5월 급매물로 내놓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일빌딩. 시가 150억원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부동산 매매 사이트 '오피스파인드' 캡처) 강주희 기자

그러나 시작부터 빚더미였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대출 받은 30억원을 청계재단 기부자산으로 처리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재단은 또 50억원을 차입해 매년 2억~3억원씩 이자를 갚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개인 빚을 갚느라 장학사업도 축소됐다.

청계재단 감독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 8월 재단 허가 당시 출연금에 포함됐던 이 전 대통령의 채무 50억원을 2012년 9월까지 상환해야 한다는 이행조건을 내걸었다.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제16조)에 따르면 허가 조건에 위반될 경우 설립을 취소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청계재단은 재무 사정을 이유로 상환연기를 요쳥했다. 상환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재단은 설립을 취소해야 했지만, 교육청은 상환 기일을 2015년 11월 11일로 연장해줬다. 교육청에 따르면 1200여개 공익법인 가운데 부동산 자산에 차입금이 있는 재단은 청계재단이 유일하다.

이후 재단은 양재동 영일빌딩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겠다고 교육청에 보고했다. 현재 한 개발업체가 이 빌딩을 매입해 오피스텔로 개발하겠다고 나섰고, 시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해당 빌딩 세입자들에게 매매 진행 중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박 의원은 "타의 모험이 되어야 할 대통령 관련 장학회가 전진 대통령이 진 빚을 갚느라 생긴 차입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설립 취소에 내몰릴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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