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카드사가 민원발생 건수를 공시하고 있지만 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은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홈페이지)

(서울=국제뉴스) 최동희 기자 = 각 카드사가 민원발생 건수를 공시하고 있지만 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은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하나카드의 민원건수를 살펴보면 6개 카드사 가운데 민원건수와 증가폭이 가장 컸다. 여신금융협회와 CEO스코어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올 상반기 민원 건수는 10만 명 당 7.91건으로 나머지 5개 카드사(삼성·롯데·국민·현대·신한)의 평균인 4.45건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이에 하나카드는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카드사라는 오명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올해 공시 기준 변경으로 중복된 민원과 질문을 제외하고 단순 질의까지 포함하다 보니 지난해보다 민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민원 공시에 대해 협회, 다른 카드사와 단순 질의를 포함시키기로 한 기준에 맞추기로 협의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카드사도 있는 것 같다"며 "이에 하나카드가 상대적으로 민원 발생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 공시 기준에 대해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올해 2분기 공시부터 중복된 민원과 단순 질의는 민원 건수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며 "민원 공시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민원과 대외민원 중 대외민원만 단순 질의를 포함시키고 자체민원은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것으로 각 카드사에 공지했다"고 말했다.

▲ 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 양식에는 공시해야 하는 민원이 어떤 민원인지 언급되지 않고 그저 단순 질의는 민원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

하지만 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 양식에는 공시해야 하는 민원에 어떤 민원인지 언급돼 있지 않았다. 그저 단순 질의는 민원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시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문구 때문에 협회 내에서도 말이 달라 각 카드사, 공시를 이용하는 사람 등에게 혼돈을 주고 있다.

이에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오는 3분기부터 공시 양식에 단순 질의는 자체민원에서만 제외시킨다는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재에 들어가자 협회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26일 오후 민원건수를 공시하는 공간에 단순 질의를 대외민원에만 포함한다는 기준을 조그맣게 추가했다.

다만 협회는 이러한 기준이 있어도 각 카드사의 준수 여부에 대해선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공시 자료에 대한 숫자가 맞는지 알 수 없고, 그럴 수 있는 규정과 권한도 없다"며 "공시한 자료에 대한 책임은 각 카드사에 있다고 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기준이 큰 틀에서만 제시돼 있기 때문에 각 카드사들이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카드사마다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디까지 단순 질의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의 민원 발생 수는 카드 이용자들이 카드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지만 민원 건수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부실한 사후 관리로 카드 이용자들은 물론 각 카드사들에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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