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도 법무법인 민주 선거법 전담 고문(국제뉴스DB) 
  안병도 법무법인 민주 선거법 전담 고문(국제뉴스DB) 

국회의원선거 후보자는 유권자 경조사에 축·조의금을 제공하면 기본적으로는 불법이고, 선거캠프에서 선거운동자원봉사자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해도 불법이다. 평소에 자신이 다니지 않는 교회·성당·사찰 등에 헌금을 하는 행위, 자신이 속해 있지 않은 친목단체에 찬조금을 내는 행위 등 각가지 기부행위들도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돈선거 등 혼탁했던 과거 선거사에 대한 반성에서 이런 엄격한 선거법이 탄생되었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각종 행사와 자신의 경조사에 정치인들이 참석하고 성의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풍토는 여전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런 때 정치인들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편법적인 방법으로 기부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은 적법을 가장한 불법이다.  

공직선거법에서 기부행위 제한·금지의 규정체계를 보면 ‘기부행위의 정의’를 앞에 두고, ‘행위제한을 1)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 2)정당 및 후보자의 가족 등의 기부행위 제한, 3)제3자의 기부행위 제한 등 셋으로 구분하여 제한의 강도를 다르게 정한 규정을 앞에 두고, 뒤에 기부의 권유·요구와 기부 받는 행위의 제한·금지규정과 벌칙을 두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부행위라 함은 후보자 등 기부행위 제한주체가 특정 대상에게 무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부행위의 빈발하는 사례는 음식물 등 제공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찬조금 제공, 종교단체 헌금, 교통편의 제공 등의 사례가 많다.  

공직선거법은 기부행위를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 규정에 기부행위에 대한 정의를 하면서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 즉, 허용되는 기부행위도 유형별로 함께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명시한 기부행위 외의 기부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여기겠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판례를 보면 가능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분명하다. 

이 규정에 허용되는 기부행위의 유형으로 1)통상적인 정당활동과 관련한 행위 14가지, 2)의례적 행위 13가지, 3)구호적·자선적 행위 8가지, 4)직무상의 행위 10가지 등 모두 45가지가 명시되어 있다.  

다음으로 기부행위 주체에 따라 규제의 강도를 다르게 정하고 있다.  

첫 번째로 규제의 강도가 제일 강한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후보자와 그 배우자이다. 국회의원 등 현역 선거직 정치인들도 이 대상에 포함된다. 후보자 등은 위의 기부행위로 정의된 행위에 대하여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기부행위가 제한 대상이 된다. 

‘선거에 관하여’는 “당해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당해 선거를 동기로 하거나 빌미로 하는”의 의미이다.  

두 번째로 규제의 강도가 강한 대상은 후보자와 그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 등이다.

이들의 기부행위의 제한은 선거기간과 선거기간이 아닌 때로 나누어 그 내용을 달리 하고 있다. 

선거기간 전에는 당해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를 위하여 기부행위를 할 수 없을 뿐이고, 선거와 무관한 기부행위에 대하여는 제한이 없다. 반면에 선거기간에는 당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후보자 또는 그 소속정당을 위하여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세 번째로 규제의 강도가 낮은 대상은 그 외의 제3자이다. 제3자의 기부행위 제한에는 두 가지 전제가 상시 붙어있다. 제3자는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를 위하여’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전제가 동시에 해당하지 않는 기부행위는 제한 대상이 아니다. 

선거범죄는 조직적인 범죄로 대부분은 공범 성립의 여지가 있다. 기부행위 등 돈선거에 관련된 범죄는 공범의 성립에 있어서 형법의 공범 관련 규정의 예외를 두어 정범의 실행행위에 종속하지 않고 기부의 약속 · 지시 · 권유 · 요구 · 알선행위는 독립한 범죄로 처벌한다. 

미수범의 처벌에 관하여도 형법의 예외를 두어 실행행위 없이 기부의 의사표시만 하여도 범죄가 성립한다.  

선거에 관한 판례 형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이 기부행위에 관한 것이다. 이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선거를 치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됐을 것이다. 

어느 후보가 선거운동자원봉사자에게 선거운동의 대가도 없이, 그리고 식사도 각자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선거과정에서 빚어지는 법적인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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