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 김리을(사진=브랜드 리을)
문화기획자 김리을(사진=브랜드 리을)

(서울=국제뉴스) 이지영 기자 = 담백하다, 그리고 간결하고 확실하다.. 디자이너 김리을의 첫인상은 나이답지 않은 정돈됨과 깔끔함이었다. 93년생으로 MZ세대를 대표하는 ‘본질주의자’인 그는 그 어떤 시류나 세파에도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자신만의 확실한 가치관과 솔직함으로 담담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운이 좋다’는 겸손한 말로 자신이 일궈낸 역사를 객관화시킬 줄 아는 그와의 담담한 대화가 시작된다.

#세상이 먼저 손내민 대한민국 청년 김리을

“디자인이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한다는 뜻이라고 제 스스로 새롭게 정의를 내려봤어요.”

그저 MZ세대 다운 간결함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주 명확하고 다분히 철학적이면서 본질적인 서두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리하는 청년 김리을, 어떤 군더더기나 악세서리도 없이 정공법으로 본론을 이야기할 줄 아는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요즘 ‘HOT’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기획자다. BTS, 펩시, 뉴발란스,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 삼성전자 S21, 대한항공 모닝캄 등을 비롯해 지금도 진행 중인 다국적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 리을’이 곧 ‘대한민국’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고 있다.

문화의 가치를 아는 사람, 어떤 논리나 철학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본연의 정신과 영혼이 다분히 한국적인 애국심으로 무장된 ‘K-SPIRIT의 선봉장’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는 자신이 착안한 브랜드인 ‘리을’이 한글과 한복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브랜드를 넘어서 자신과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며 사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또 자신의 영역 안에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로 비상하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 한복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다.

남원태생으로 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대여해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한복 원단을 선호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전통한복의 원단에 편리함을 곁들인 한복 정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착안으로 ‘문화에 한복을 입히다. 21세기 한복의 원단을 만들다‘를 슬로건으로 그의 한복 정장 만들기가 시작됐다.

자본금 30만 원으로 뛰어든 한복 정장 디자인은 녹록지 않았다. 아무도 시도해본 적이 없었기에 수개월을 직접 찾아다니며 평면재단 방식의 한복 원단을 입체재단을 필요로 하는 양장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결과 외국인을 모델로 기용해 우리 전통의 ’갓‘을 머리에 쓰고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이 완성되었는데 세련되고 깔끔한 한복 자켓을 입고 찍었던 그 첫 작품사진이 SNS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진게재 후 일주일 만에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그는 ’뉴발란스‘와 첫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브랜드 리을‘이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다.

외국인에게 한복 양장을 입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화보(사진=브랜드 리을)
외국인에게 한복 양장을 입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화보(사진=브랜드 리을)

"개인적으로는 전통한복에는 멋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즉 라인과 원단입니다.”

그는 한복의 미적 포인트인 ’라인‘과 ’원단‘을 강조하는 수많은 의상들을 만들었다. 그중 테니스 치마, 라이더 자켓 등은 실용성을 강조한 그의 독창적인 작품중 하나이다.

# 문화창조자 김리을의 작품세계

그는 의상, 건축, 자동차를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그만의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그의 이샹향에 대한 디자인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을 지코와 협업했던 ’펩시 콜라’와의 콜라보라고 말하는 김리을.

“글로벌 브랜드 ‘펩시콜라’의 광고를 만들 때의 일인데요. 펩시콜라만의 색을 주요 색으로 선정했고 한국적인 하회탈도 넣고 하면서 캔의 디자인을 한국적으로 바꿨던 작업을 했었어요. 당시에 지코씨가 그 작업에 맞는 노래를 만들었고 저는 그 곡에 맞는 옷을 디자인했는데 색에 대한 영감을 캔에서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글로벌 기업과 한국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하면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기업과 콜라보를 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한국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강원도 춘천에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의미의 ‘라비에벨(La Vie est Belle)’골프장이 있다. 경남 사천시 타니CC 클럽하우스를 설계한 김영택 씨의 작품으로 한옥에 대형 통창을 설치해 현대 건축으로 재해석한 전통적인 요소를 가진 클럽하우스다. 그리고 그곳에는 디자이너 김리을의 한복 정장 작품이 전시돼 있다. ‘만남’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BTS 지민이 실제로 입었던 것인데 디자이너 김리을은 대중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으로 이 작품을 손꼽았다.

춘천에 위치한 라비에벨 골프장에 설치된 문화기획자 김리을의 작품(사진=브랜드 리을)
춘천에 위치한 라비에벨 골프장에 설치된 문화기획자 김리을의 작품(사진=브랜드 리을)

“방탄소년단 노래의 가사에 1집부터 4집까지가 거의 자기자신을 만난다는 내용이 많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한옥으로 된 골프장인 그곳에 ‘ㄹ’자 모양으로 공간을 구성해 BTS 지민이 입었던 한복을 전시했습니다. 마주서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의미가 있어요.”

김리을 디자이너의 최愛 디자인은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3.1절 아디다스 신발 디자인이란다.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나타내는 디자인으로 역시 인기가 많았다.

문화기획자 김리을이 디자인한 아디다스의 건곤감리 운동화(사진=브랜드 리을)
문화기획자 김리을이 디자인한 아디다스의 건곤감리 운동화(사진=브랜드 리을)

# 코오롱 호텔에서 시작된 K-CULTURE 세계화의 꿈

“경주 코오롱 호텔에는 한국전통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코오롱 호텔의 팬트하우스 ‘자미원’이라는 방이 있는데 그곳에 묵으면서 BTS 의상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어요. 그때 디자인한 의상 <울릉도>를 ‘제이홉’이 입었었죠. 아마 그곳이 기운이 좋았나 봐요.”

실제로 가장 한국적인 호텔이라 일컬어지는 경주 코오롱 호텔은 제2의 김리을로 성장할 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로 브랜드 리을과 함께 ‘사생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코오롱 호텔에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참 운이 좋았기 때문이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가족과 함께 코오롱 호텔에 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림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훌륭한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또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 K-CULTURE, 전 세계가 사랑한 전통의 힘

많지 않은 나이지만 이제까지의 여정은 단순히 디자이너를 넘어서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김리을. 그의 꿈은 원래 축구선수였다. 그러나 부상을 입으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접게 되고 못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가슴에 태극기를 달지 못한 대신 국가대표 선수들의 옷을 만들기도 했었다. 또 각국 주한대사들의 한복 정장을 만들어 주기도 하면서 한국문화의 전파에 열정적이게 되었단다.

“살아오면서 ‘우리 문화’는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들었던 음악이나 문화들이 엄청나게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다양한 플랫폼들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이 한국의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시기가 된 것이 한국문화가 전 세계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한국적인 컨텐츠가 무엇이든 각광을 받고 있다. 어쩌면 한국문화 그 자체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준비가 이미 되어있는 문화라고 보는것이 당연할 만큼 전 세계인들은 한국문화를 선호하고 또 즐기고 있다. 김리을 디자이너 또한 너무나 자연스럽게 역사와 시간을 관통하는 ‘한국의 것’이 대세가 되는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통이라는 김리을 디자이너.

문화기획자 김리을이 디자인한 슈퍼카 맥라렌(사진=브랜드 리을)
문화기획자 김리을이 디자인한 슈퍼카 맥라렌(사진=브랜드 리을)

“저는 한국인이고 전통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에 전통을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으로 작업을 합니다. 가령 전통한복의 원단은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패턴으로 디자인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지난번 슈퍼카 ‘맥라렌’도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수묵화로 표현했는데요. 기본적인 고려청자의 학과 소나무에서 디자인 컨셉을 잡았었습니다. 이처럼 가장 전통적인 부분에서 핵심적인 디자인의 틀을 살립니다. 뿌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김리을 디자이너의 작품이 양장이지만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모든 대상에 대해서 전통적인 것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그는 뛰어나거나 화려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주어진 일을 해내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또 누구나가 다 디자이너이며 자신도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 뿐이고 그렇기에 유명한 전시를 한다기 보다는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둔다며 자신의 지향점을 담백하게 내비쳤다.

연남방앗간에서의 전시(사진=브랜드 리을)
연남방앗간에서의 전시(사진=브랜드 리을)

한국적인 것이 사랑받고 있는 현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듯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전통의 ‘美’처럼 담백하면서도 겸손하고 솔직함으로 채워진 그의 작품들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K-CULTURE’의 선봉장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하루하루를 ‘대한민국’으로 채워가는 젊은 문화기획자의 창조적 영감이 오늘도 어디에선가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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