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의 여주인공 명자 役 배우 양금석

▲ 악극 '봄날은 간다'에서 혼인 둘째 날 꿈을 좇아 집 나간 남편과 20여 년 만에 재회했으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아는 척하지 않고 다시 헤어진 명자 役의 배우 양금석이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 보며 웃고 있다. (사진=쇼플레이 제공)

"인생의 봄날은 없는 거 같아요. 아니면 삶 전체가 봄날일 수 있죠. 살아봐야 알 것 같아요. 아, 그때가 봄날이었구나."

지난 27일 배우 양금석은 자신의 봄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결혼 이튿날 남편에게 버림받아 치매 걸린 시아버지, 고약한 시어머니, 폐병을 앓는 시누와 함께 살면서 남녀쌍둥이를 낳아 불길하다며 딸과 강제로 이별하게 된 여인에게도 '봄날'이 있었을까.

이 여인은 악극(樂劇) '봄날은 간다'에서 20여 년이 지나 월남전에 참전한 아들이 갑작스레 사망하고, 때마침 우연히 자신을 못 알아보는 남편과 마주한 명자 役으로, 양금석이 열연 중이다.

지하철 신도림역 1번 출구와 연결된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는 6월 21일까지 공연하는 '봄날은 간다'는 6·25 전쟁 전후의 시대상을 그리며 황해도 풍덕을 주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갑돌이와 갑순이' 등 제법 귀에 익숙한 민요가 흥을 돋운다. 이에 외국에서 들여오는 기존의 뮤지컬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기민요 이수자이면서 뮤지컬 출연 경험이 많은 양금석은 "관객은 순수 우리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 강할 것"이라며 "나이 드신 분은 과거를 회상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고, 젊은 층은 선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 10년 이상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2003년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1500석·28회)에 이어 오페라극장(2200석·30회)에서 선보인 '봄날은 간다'는 지난해 5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재연했다. 당시 객석점유율은 80%에 달했다.

이 작품에서 시어머니의 강제에 못 이겨 갓 낳은 딸을 버리게 된 양금석(명자 役)은 스님이 된 딸과 재회하게 된다. 친모를 앞에 두고 알아보지 못하는 딸의 손을 붙들고 기쁨, 슬픔, 미안함 등에 복받치는 눈물을 애써 참는다.

양금석은 "관객들은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지만, 나는 딸과 만난 장면에서 감명 깊어 눈물이 난다"며 "이 작품은 내 안에 있는 밑바닥에서부터 모든 감정을 쏟아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풀리고 힐링이 된다"고 설명했다.

'봄날은 간다'는 양금석을 비롯해 최주봉, 정승호, 윤문식 등 베테랑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카멜레온 같은 명연기와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배꼽을 잡는다.

양금석은 "관객들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며 "마음만 열어놓고 편안히 있으면 배우들이 울리고 웃겨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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