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양-동-포 4개 지자체 유치전 과열 양상…道 "디자이너들 의견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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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국제뉴스) 황종식·장영광 기자 = 경기도가 경기북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하 마련한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사업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사업은 경기도가 총 7천억원의 사업비로 기술개발-디자인-생산-유통 원스톱 지원시스템을 구축,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핵심인 브랜드 중심의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융·복합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국내 패션산업은 동대문 중심의 저가패션산업과 내셔널브랜드 중심의 다량생산 패션산업 위주로 발전했으며, 후발주자로 나선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한남동, 홍대 앞도 대기업 자본에 잠식되면서 독자성을 잃고 있어 독립디자이너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경기북부 지역에는 양주시와 포천시에 우수한 원단 생산 및 염색업체가 모여 있고, 동두천시에는 뛰어난 가죽생산업체가 모여 있으며, 의정부시에는 봉제시설이 집중돼 있어 독립디자이너들이 꿈꾸는 ‘패션디자인 메카’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애초부터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사업을 경기북부 지역에서 펼칠 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해당 4개 지자체 또한 이번 사업을 지역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유치에 뛰어든 상황이다.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은 현재 K-패션디자인빌리지 부지 선정에 대한 유치제안서를 제출했으며, 경기도는 이르면 5~6월까지 후보지를 결정한 이후 타당성 검토를 걸쳐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양주시, 접근성-인프라-쾌적한 주거환경 등

양주시는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 예정지에 대한 투자사업 계획을 마련, 지하철 1호선 덕계역과 양주역 사이에 신설될 ‘산북역’(가칭)에 민자역사를 비롯해 경기북부상공회의소와 봉제의복 제조지원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시에 따르면, 양주시는 국도3호선 및 국도3호선대체우회도로 등 사통팔달 교통여건과 접근성이 뛰어나며,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한국섬유소재연구원, 경기그린니트연구센터 등 섬유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또 옥정신도시와 고읍신도시 등 풍부한 배후 주거지와 LF패션복합단지,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등 섬유패션기업이 입지해 있으며, 저렴한 개발 비용과 지리적 적정성 등 최적의 입지환경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K-패션디자인빌리지 유치 성공을 위해 접근성과 관련 인프라 등 입지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낙후된 경기북부지역 발전을 선도할 앵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주시에서는 경기섬유지원센터 인근 부지 등 2곳의 후보 부지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시, 저렴한 지가-관광 콘텐츠 연계 등

포천시는 저렴한 지가와 한탄강·포천아트밸리·산정호수·백운계곡·국립수목원 등 수려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연계 가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섬유·가구업체 2천개 이상이 밀집돼 있어 연계산업이 동반 성장해 발전할 수 있는 지역으로, 경기북부 섬유 및 가구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향후 대한민국의 섬유·가구산업 중심지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경기섬유원자재센터를 용정일반산업단지에 건립해 운영하는 점, 가구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경기가구시험인증원과 경기가구디자인창작스튜디오, 포천가구 공동전시판매 및 물류센터 등을 유치해 현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포천시 관계자는 "디자인과 지역 내 특화산업이 융합된 창조산업을 육성 발전시켜 나가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지원할 방침"이라면서 "더불어 섬유 신소재인 닥나무 섬유소재 관련 산업을 적극 지원, 특화시켜 K-패션디자인빌리지와 연계해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천시에서는 후보 부지로 송우리 패션타운 인근 부지 등 3곳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두천시, 관광특구 연계-패션공예마을 계획 등

동두천시는 4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9년까지 추진되는 '보산동 관광특구 중심 원도심 활성화 도시재생사업'에 K-패션디자인빌리지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업은 미2사단의 일부 이전에 따라 침체되는 지역상권을 활용해 살리고, 심화하는 도심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후보 부지로 보산동과 중앙동 일원에 걸쳐 있는 부지를 추천하고 있다.

이를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사업과 연계, 관광특구 문화마을과 중앙로 지역상가를 연계해 피혁·섬유·한지 등의 소재를 접목한 '패션공예마을'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또 디자이너하우스, 공예공방, 전시판매장, 봉제공장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뛰어난 가죽생산업체가 많이 모여 있는 등 기본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것이 동두천시의 장점이다. 동두천 제1일반산업단지, 두드림패션센터가 있으며, 관내 공장등록업체의 반절 가까이가 피혁산업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지난 2월에는 왕칭 중국 패션디자이너협회 명예회장과 전략적 사업추진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동두천시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지가와 전철 1호선이 오가는 등의 접근성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의정부시, 사통팔달 교통망-시너지 효과 등

봉제시설이 집중돼 있는 의정부시는 비교적 뒤늦게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6일 해당 지역구의 경기도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협조를 요청했고, 지난 60여 년간의 안보희생을 입은 의정부시의 발전을 위해 유치에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답을 들었다. 이후 지역 내 공감대를 조성,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정부시의 최대 강점은 사통팔달 교통망. 후보 부지 인근에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의정부IC를 비롯해 동부순환도로, 국도3호선, 전철1·7호선 등 서울로의 진출이 용이하며, 내부적으로는 경전철이 오가고 있다.

부지 대부분이 그린벨트에 걸쳐 있는 사항만 잘 극복하면 교통편의는 타 지자체가 앞서갈 수 없는 수준이다. 부지 인근에 민락지구와 고산지구 등 신도시 조성사업이 계속되고 있어 배후수요 또한 풍부하다.

의정부시가 또 내세운 특장점은 기존 인프라와의 시너지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과 YG 글로벌 K-POP 클러스터 등 대규모 문화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만만치 않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시 측에서 내놓고 있다.

의정부시에서는 자일동 일원 등 3곳의 후보 부지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행정의 묘 발휘해 '태권도원' 전철 밟지 않아야

2000년대 초 '태권도공원'(현 태권도원) 유치를 두고 20여 개 지차제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최종 17개 지자체가 심사를 받아 2004년 말 전북 무주가 유치해 2천5백만원 예산을 투입, 지난해 4월 개원한 태권도원은 1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활용을 제대로 못 해 '무용지물' 취급을 받고 있다.

'태권도원' 유치전 당시에는 20여개 지자체가 유치를 다투면서 과열경쟁이 되니 정부도 곤혹을 치렀고, 후보지가 선정되자 선정기준에 대한 논란이 잇따랐으며, 유치 열기가 비교적 높았던 경북 경주에서는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여한 궐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태권도원의 단적인 사례만 봐도 과열된 유치경쟁은 지역 갈등을 빚고, 탈락 후유증 등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후보지 탈락으로 얻은 경험의 값이라고 해봤자 허울만 좋을 뿐, 지자체가 쏟은 인적, 재정적, 행정적 낭비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현재 K-패션디자인빌리지 유치전에 있어, 경기도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제안서를 내놓은 지자체만 애를 태우고, 과열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무려 4개 지자체가 뛰어든 사업인 만큼, 해당 사업이 태권도원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행정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17일 오전 10시쯤 경기도북부청사 기자실을 방문한 황성태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후보지 선정을 두고 심도 있게 검토중"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패션디자이너들의 의견이며, 지가와 접근성 등을 우선 조건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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