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김철수 이사장

 

(서울=국제뉴스) 국윤진 기자 = 따뜻한 적갈색, 고동색 벽돌이 벽을 차곡차곡 메우고, 회갈색 카펫이 레드카펫 깔리듯 각 병실까지 이어져 있다.

높은 천장을 따라 흘러나오는 맑은 피아노 소리, 커다란 창에서 들어오는 따사로운 봄 햇살이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마치 카페 같은 느낌이 드는 이곳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이다. 지난 2013년 3월 'Hope(희망)', 'Humanity(인간애)', 'Healing(치유)'의 뜻인 'H+'로 새롭게 태어났다. 딱딱하고 어두운, 소위 '병원 냄새'나는 곳이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하다.

40년간 양지병원을 운영해온 김철수 이사장은 '기적'을 믿는다. 희망과 인간 존엄성을 갖고 환자를 대하면 뭐든 못할 게 없다.

"1976년 내과와 산부인과를 같이 운영할 때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그때 산소통의 산소가 다 떨어져서 아찔했어요. 어디서 힘이 났는지 모르겠는데, 그 무거운 산소통을 들고 뛰어서 다행히 아기와 산모를 모두 살렸습니다. 지금 들라고 하면 반도 못 들 걸요."

김철수 이사장은 환자들이 한참 잠에 빠져있을 새벽 3~4시에 출근한다. 병원 내 건강증진센터부터 병동 등 각층을 돌며 청소가 잘 돼 있는지, 환자들이 불편하진 않은지 살피고 또 살핀다. 그의 열정은 세월의 무게와 비례하는 듯하다.

지난 1976년 산부인과와 내과를 진료했던 양지병원에서 시작해 각 분야의 전문 의료진들이 하나둘 모여 암통합케어센터, 자궁근종센터, 건강증진센터, 소화기병센터 등 14개 전문 진료센터가 있는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관악구민뿐 아니라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되고자 했던 김 이사장의 신념이 반영됐다.

"우리 병원에서 특히 암통합케어센터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암 환자의 경우 암 덩어리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치료하는 것도 큽니다. 정신과 의사 외에도 영양팀, 사회복지사 등과 하나의 팀을 이뤄 환자를 관리해주는 거죠. 건강증진센터도 활성화돼 있어서 작년에만 5만3000명이 검사를 받았고, 내시경 검사에는 2만7000명이 왔어요."

 

환자의 동선을 최대한 배려해 디자인된 건강증진센터는 마치 둥그런 놀이터를 산책하는 느낌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주관 실시평가에서 서울 관악ㆍ금천지구 최초로 우수내시경 인증기관에 선정됐다.

저렴한 월세와 싼 물가를 자랑하는 신림동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다. 병원은 인근 주민인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진료비를 10% 할인해주거나 무료검진을 해주는 등 '다문화 진료'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단일민족'이라는 말도 깨진 지 오래입니다. 여기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 사람들이나 동포들을 괄시하면 안 되고, 오히려 고마워해야 해요. 다문화를 인정하지 않으면 형편없는 나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민주평화통일 의료봉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다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두리하나국제학교에서 무료 의료검진활동을 펼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따뜻해야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단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의료체계가 취약합니다. 질이 좋은 곳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안전한데, 불법 브로커들이 의료관광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거죠. 몽골 의료진 인턴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코디를 채용하는 등 외국인 환자가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몽골, 베트남, 러시아 병원 등과도 협약을 맺어서 안전하게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있어요."

오는 19일 충청북도 거주 북한이탈주민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무료 진료, 5월3일 '중국동포&다문화 댄스스포츠 경연대회' 의료봉사, 서울 중구 광희동의 몽골타워와 러시아거리 검진 등 다양한 의료봉사를 계획 중인 김철수 이사장은 모든 일에 자세만 낮추면 어려울 게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할머니가 손수건에 담배 2갑을 싸서 바리바리 들고 와서는 고맙다면서 제 손에 쥐여주시는데,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어도 뿌듯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사람을 좋아하는 의사예요.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고, 노인환자들을 위한 요양병원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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