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의 ‘문 정부 적폐수사’ 발언 실수 아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 선거판 동시 소환
-대선 20여일 앞둔 시점 유권자 이목 쏠려

김희정 아나운서겸 교수
김희정 아나운서겸 교수

(서울=국제뉴스) 이지영 기자 = 대선을 20여일 앞둔 윤석열 후보는 육성으로 생산하는 메시지가 많지 않다. 무엇을 물어도 선명한 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로 “그것은 지금 제가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 대통령 당선이 되면 차차 자세히 ...”로 넘어간다. “대통령 될 사람이 다 알아야 하나?”는 태도와 무관치 않다. 가족의 일을 물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아내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일”, 장모 최 씨의 유죄 선고에 대해서도 “판결에 대해 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넘어간다.

그런 윤 후보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선명한 메시지를 냈다.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 유례없이 단호한 어조다.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거나 “대통령이 되고 차차 말씀드리겠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태도와 확연히 다르다. 모두를 주목하게 한 이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를 다짐한 것’이다.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고 답한 것이다.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경제, 외교, 안보 등 현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윤 후보가 자신의 전공인 사회분야 답변을 하면서 손짓과 목소리가 커지고 거침없는 화법을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부연 설명하고 “A 검사장은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 온 사람”이라며 (한동훈 검사로 추정) 집권 시 중용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이러한 자세는 일견,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된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보복의 예고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사과를 요구했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과 갈등을 일으킨데 대해 국민께 사과 한 적이 있다. 그때 윤 총장에 대해 “한마디로 하면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윤 총장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필자는 당시, 야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윤 총장을 여전히 신뢰하며 감싸는 문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윤 후보는 지금 야권후보로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중앙지검장 그리고 검찰총장으로 일했던 정부에 대해 ‘적폐수사’를 선언했다. “강력한 분노”라는 문대통령의 반응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어쨌든, 상황은 급박해졌다. 윤 후보는 “우리 문재인대통령께서도...”라고 하며 ‘보복정치’는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문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윤건영 의원은 “월성원전수사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세 번 등장하고, 대통령이란 명칭이 40여 차례나 등장”한다며 윤 후보가 언급한 적폐청산 수사는 바로 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대통령 또한 세계 통신사들과 서면인터뷰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중략),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과거 이명박 정권이 무리하게 노무현 정부를 수사함으로써 국가적 불행을 가져온 트라우마를 상기시킨다. 결국 현 대통령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선거판에 소환한 결과를 낳아 큰 파장을 일으키리란 것이 여론의 시각이다.

일간지 인터뷰는 사전에 질문지가 전달되고 상호조율을 한다. TV 생방송 인터뷰가 아니다. 윤 후보는 인터뷰를 마치고 “다 기사화 해 달라, 토론에서는 시간이 없어 말도 못 할 테니...”라고 했단다. 강한 확신을 가진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보수의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박근혜전대통령 추종세력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등 윤석열 후보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자 이를 흡수하기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게다가 윤 후보의 정체성, 캐릭터와 딱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이제 공은 던져졌다.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 이 세 마디가 20대 대선 후반부의 키워드가 될지 모른다.

 

<저자프로필>

KBS공채 11기, 교통방송 아나운서 부장, 세종대 대양휴머니칼리지(교양학부)겸임교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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