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구룡령  (사진-EBS 제공)

25일 방송되는 EBS '한국기행'에서는 강원 산골 표류기 2탄이 소개된다.

강원도 양양, 넘실거리는 도시 속 파도에 휩쓸려 해발 650m의 구룡령 정상까지 도망치듯 귀촌했다는 나윤호 김슬기 부부. 

이유 없는 불안으로 밤낮을 설쳤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이곳에서 둘만의 낭만 고립을 즐기고 있다. 

미대 졸업 후 도시에서 정처 없이 허우적거리길 10년. 

일과 집의 굴레에 갇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시간도 없었던 일상은 그들에게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어 떠난 것이 제주 여행. 떠나고 보니 지금 내게 가진 것들이 중요치 않게 느껴졌다. 

눈비 막아줄 집과 그 옆에 내 손 잡아줄 이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더 늦장 부리면 없을 것 같은 미래를 위해 부부는 오랜 꿈을 도화지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터 잡고 집 짓기를 4개월. 그야말로 눈 떠보니 구룡령 행.

당찬 포부로 이 산속으로 들어왔지만, 사실 몇 주 동안은 먹고 살 걱정에 남편 윤호 씨는 밤낮을 동동거렸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창밖으로 계절마다 보이는 자연의 변화들은 부부의 손에 잔뜩 쥐어져 있던 불안을 천천히 눈 녹듯이 녹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웃으며 삶의 재난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까지 생겼다. 

도시보다 부족한 환경이지만 이제야 모든 걸 가졌다고 말하는 부부. 

새하얀 도화지 같은 구룡령에서 둘만의 색깔로 새 인생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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