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

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
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

IT, 정보기술의 시대이다. 과학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코로나의 지속은 일상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겼다. 게임에 빠질까봐 자녀의 인터넷 접속을 꺼리던 학부모들은 이제 온라인 수업을 위해 자녀가 컴퓨터 앞에 앉기를 원한다. 재택근무가 늘어난 직장인들 사이에는 ‘월요병’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메타버스와 NFT라는 신기술을 다루는 회사는 주가가 치솟는다.

대선 판에도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상파TV가 아닌 ‘삼프로TV'라는 유튜브 채널에 대선 후보가 출연하여 인터뷰를 하고 조회 수가 무려 수백만회에 이른다. 거리 유세가 힘들다보니 조직에 의한 인력동원이 없어지고 유권자 대면 접촉이 줄어들어 식사대접이나 돈 봉투 등 구태가 사라지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에서는 AI윤석열을 만들어 출범식에 공개했고 유권자의 질문에 대신 답변하고 있다. 진짜와 구분 불가능한 동영상 기술인 딥페이크를 활용한 것이다. 딥페이크는 보이스피싱이나 음란물 제작, 초상권 침해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위험한 기술이다.

AI 윤석열에 대해 고삼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잘 만들어진 아바타를 보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fake)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AI 기술을 이용한 영상이나 음성을 게시하면, 이를 삭제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관련법이 정비되기도 전, 과감한 첨단기술의 활용으로 시선을 모은 윤석열 캠프는, 그렇지만 과학문명에만 의존하지는 않는 듯하다. 한 언론이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고문 직함으로 활동하며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에 관여한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측은 즉각 부인하고 의혹을 산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했지만 논란은 쉽게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부인 김건희씨의 “나는 영적인 사람”, “도사들과 얘기하면서...” 라는 발언이나,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토론에 나왔던 윤후보의 모습이 소환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윤석열후보는 첨단기술에 정통한 편은 아니다. 윤후보는 전북대를 방문했을 때 "조금 더 발전하면 학생들 휴대폰으로 앱을 깔아 어느 기업이 지금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시간 정보로 얻을 수 있을 때가, 아마 여기 1, 2학년 학생들이 있다면 졸업하기 전에 생길 거 같다"고 말했다. 이는 윤후보가 구직앱이 이미 서비스 되고 있는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윤후보 측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공지능 앱을 말씀드리고자 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말을 믿는다 해도, 최소한 윤후보는 기술발전에 대한 구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결여된 듯하다.

대선시계는 하루하루 D-DAY를 향하고 있고 IT의 발전 역시 분, 초를 다투고 있다. ‘기술초격차’를 향한 국가 간 경쟁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IT시대, 유권자의 선택은 어디를 향할까? 최소한 국가의 운명을 초자연적 주술에 의지한다든지, 상용화한 기술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후보는 가려낼 수 있으리라 필자는 믿는다.

<저자 프로필>

KBS 공채 11기, 교통방송 아나운서 부장, 세종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초빙교수, 현 국회방송 편성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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