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박길홍 교수 = 일본 아베 정부가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외교청서와 역사교과서에 기재하고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또한 위안부 문제는 법적인 책임을 완결하였고 역대 일본 총리들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반성의 뜻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현재에도 도의적 책임과 인도적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아시아 여성기금’을 설립하여 의료ㆍ복지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베의 일본 우경화 정책에 발맞추어 과거사 왜곡, 독도 도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종군 위안부 제도를 운영하며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던 사실과 일본군의 책임을 완곡하게 부정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는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언급하였다.

이 충격적인 인터뷰에 대하여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 정부가 항상 믿고 의지하고 있는 미국의 여론이 일본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요미우리신문에 “여성 학대와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미ㆍ일의 공통 대처는 과거를 인정함으로써 한층 강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향적인 메시지이다“라고 호의적으로 평가하였다. 앞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은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러한 자극적인 말들은 진전이 아닌 마비를 초래한다"라며 동북아시아의 해묵은 역사 논쟁을 끝내라고 권고하였다.

정부는 일본의 독도ㆍ위안부 도발에 대하여 ‘역사 퇴행적 행보’라고 공식적으로 비판은 했지만 강경한 실제적인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이 역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에서 볼 수 있듯이 ‘전략적 모호성’ 유지를 위한 정치적 고민에 빠져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도 원죄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독도밀약’과 ‘한일협정’은 독도 영유권과 식민지배 피해자 개인 배상청구권을 보상금을 받고 사실상 도매로 팔아 넘겼다. 또한 통탄스럽게도 일부 위안부들은 조선인 인신매매 조직이 일본군에 팔아넘겼다.

독도는 1900년 10월 25일 대한제국칙령 제41호로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지정되었다. 일본은 이후 1905년 2월 22일 시마네 현 고시 제40호로 독도를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일본 영토에 편입시켰다. 따라서 이 이전에는 독도는 대한제국 영토였다. 하지만 일본이 ‘제1차 한일협약’(1904년 8월 22일)과 ‘제2차 한일협약’(을사조약, 1905년 11월 17일)으로 대한제국의 외교적 주권을 강제로 빼앗은 후 독도를 일본에 병합한 것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연합국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년 9월 8일)을 맺고 전쟁 피해배상을 한 후, 국제적 주권을 회복하며 전쟁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완전히 면책 받았다. 미국이 주도한 이 조약에서,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을 포함한 48개국의 전승국들이 피해배상을 받았으나, 연합국의 지위에 끼지 못한 대한민국은 배상에서 제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도를 대한민국 영토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대한민국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에 대한 피해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협정을 신속히 타결하기 위하여 ‘독도밀약’을 맺었다.

'한일협정 5개월 전 독도밀약 있었다'(월간중앙 2007년 4월호, 윤복현)에 따르면, 독도 영유권 문제로 협정의 타결이 지연되자 1965년 1월 11일 정일권 국무총리와 우노 소스케 자민당 의원이 서울 성북동 박건석 범양상선 회장 자택에서 ‘독도밀약’에 합의하고 다음날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그 내용은 ‘독도는 앞으로 한ㆍ일 모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이에 반론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장래에 어업구역을 설정할 경우 양국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하는 선을 획정하고, 두 선이 중복되는 부분은 공동 수역으로 한다. 현재 한국이 점거한 현상을 유지한다. 그러나 경비원을 증강하거나 새로운 시설의 건축이나 증축은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밀약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용인한 것이다.

'한일협정'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 김종필의 주도로 외무부장관 이동원과 특명전권대사 김동조가 협정의 전권위원으로 합의하였으며 그 중 ‘청구권 협정’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체약국의 관할 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이는 한ㆍ일 양국 정부와 국민들은 협정 서명일 이전의 서로에 대한 재산, 권리, 이익, 청구권 문제를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고, 일본의 대한민국 국가와 국민 개인에 대한 법적인 보상ㆍ배상 의무가 어떤 것이건 공식적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종군위안부, 강제징용자를 포함한 모든 식민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에 대한 보상도 이 때 법적으로 완결되었다.

보상액은 무상 3억 달러, 유상차관 2억 달러, 민간상업차관 3억 달러 등 총 8억 달러로서 당시 화폐가치와 당시 일본의 총 외환보유고가 14억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액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독도밀약ㆍ한일협정’은 업보(業報)가 되어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무거운 짐이 되었다.

우선 박정희 정부는 보상금을 식민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전 국민적 반대를 계엄령으로 탄압하며 협정을 맺으면서도 협상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언론과 교육도 이를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 더욱이 국가가 일본 보상금에 더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나 뒷전으로 미뤄졌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잘못과 무능인데 신체적ㆍ정신적 건강 손상, 사회적 불이익과 더불어 수치심까지 피해와 책임은 개인이 감당하도록 내팽개쳐 졌다.

대한민국 사회도 식민 피해자들에게 무책임ㆍ무관심으로 일관하였다. 일본은 법적 보상 의무는 종결되었으나 1995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하여 '아시아 여성기금'을 설립하고 인도적ㆍ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을 하였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를 일본 정부 차원의 법적 배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하도록 종용하며 보상받은 위안부들을 배신자로 매도하였다. 그렇다고 그 시민단체들이 보상을 해준 것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일협정’과 ‘독도밀약’의 전문이 공개된 후, 시민단체들이 포스코와 포스코 명예회장에게 우리 보상금으로 크게 성장했으니 위안부 피해자들을 도의적ㆍ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들은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하였다. 결국 법에 호소하여 판사가 ‘포스코가 법적 의무는 없지만 도의적으로 도움을 주라’고 권고하였으나 포스코는 끝내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과거사에 책임질 의사가 없으면 국민이 하자.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이다. 위안부 기금으로 모든 국민이 1인당 1000원씩 내는 것은 어떨까.

한편 현재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당당히 주장하는 것은 ‘독도밀약’에 의거한 것이다. 더불어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지속적으로 제소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가 유리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독도를 우리나라가 실효지배하고 있기는 하나 국제법상 영토분쟁 발생 후 실효지배는 영유권 인정에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대한민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관할권에서 빠지겠다는 '독도의 국제사법재판소 강제관할권 배제' 선언을 하고 독도 영유권을 국제적으로 천명하였으나 일본의 공식 항의, 주일 한국대사 소환이 이어지며 한ㆍ일 관계가 냉각되었다.

따라서 독도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는 대한민국 국회의 비준을 받지 않은 ‘독도밀약’의 국제법적 지위와 효력에 대한 재해석이다. 즉 정부공관(政府公館)이 아닌 민가(民家)에서 박정희, 정일권, 김종필 등 개인이 일본 측 한 개인과 비밀리에 맺은 약속이니 개인 간의 밀약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들의 국가적 지위로 볼 때 국가 간의 협약으로 인정되는 것인지 확실한 결론이 요구된다.

또한, 얼마 전 아베 정부가 “일본이 준 ‘한일협정’ 보상금이 대한민국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자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이 준 보상금은 대한민국 발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그렇다면 박정희 정부는 현재 화폐가치로 백조 원 이상이고 당시 우리나라 1년 GDP보다 많았을 것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썼다는 이야기인가? 박정희 정부 실세와 협정 전권위원은 보상금의 사용내역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협정 전후 이들의 재산 변동 내역도 추적하여 부당 이익 취득 혐의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독도와 위안부 보상에 대하여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의 핵심에는 ‘독도밀약ㆍ한일협정’이 있다. 협약이든 밀약이든 국가 간의 약속이다. 독도밀약과 한일협정의 재검토ㆍ재협상이 없이는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한ㆍ일 관계도 악화일로를 걸어서 궁극적으로 독도를 중심으로 군사적 대결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권력자 몇 명의 개인으로 인해 민족의 영토가 위태로워지고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없다. 정부가 안하면 국민이 나서서 독도와 위안부를 지키고 보살펴야 한다. ‘한일협정’을 재검토하여 국제법상 오류, 누락되거나 미진한 사항 등을 찾아 수정, 파기 혹은 추가 보상 요청을 할 수도 있다. ‘독도밀약ㆍ한일협정’의 업보는 우리 세대에서 해결하고 후손에까지 물려주지 말자.(이 기사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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