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허제인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허제인

최근 약 10년 이내의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을 중심으로 채용 시장을 살펴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채용시장의 흐름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이전은 학력위주 스펙중심의 채용이 주를 이루었다고 하면 2015년 이후는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국가직무능력표준: 이하 NCS)가 대대적으로 도입되면서 공기업,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모든 채용과정에서 NCS 기반의 채용 도입이 본격화 되었다. 이후 2017년 7월 이후 부터는 블라인드 채용(채용과정(서류·필기·면접) 에서 편견이 개입되어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의 항목을 걷어내고 지원자의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방식)도 도입 되면서 소위 말하는 ‘경력직 같은 신입’의 시대가 채용시장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NCS와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궁극적인 목적은 이른바 스카이(SKY) 로 분류되는 학벌 위주의 채용이 아닌 구직자가 그 지원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를 중심으로 구직자의 역량을 평가하여 구직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스펙 만들기에서 벗어나 정확한 직무역량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해 주자는 의도였다.

다시 말해 2000년대 채용을 대표하는 취업 3종 셋트(학벌·학점·토익), 5종 세트(인턴·봉사 활동·공모전·자격증·아르바이트) 등, 금융권 입사 희망자들에게는 금융 3종 세트(증권투자상담사, 증권FP(은행FP·보험FP), 선물거래상담사)‘와 같은 스펙 중심의 사회’에서 진정한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으로 변화하자는 자성의 목소리에서 시작되었다.

즉, 취준생들에게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이 선택한 직무 역량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구직자의 역량으로만 평가하자는 의도로 구직자에게도 직무와 관련된 명확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고 기업도 기업이 원하는 직무 역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그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이 최근의 공공기간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는 잘못된 정보로 입력되어 버린 것 같다. 소위 말하는 ‘경력직 같은 신입’이 채용트렌드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취업 준비에서 인턴 경험은 필수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본래 인턴이라는 말은 의사 면허 취득 후, 임상 실습을 받는 전공의를 지칭하는 말로, 보통 1년 정도의 수행 기간을 말한다. 취업 시장에서는 회사나 기관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훈련을 받는 사람이나 훈련을 받는 과정 전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확대되었다.

면접 평가를 진행하다 보면 취업 준비도 면에서 인턴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확연히 지원자의 역량이 차별화 된다. 인턴경험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조직 적응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지금의 채용 시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인턴의 경험이 이미 3번, 때로는 5번까지의 충분한 인턴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인턴 면접에 임하고 있는 취준생들을 지켜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필자가 제안하는 공공기관 취업 전략은 인턴 경험은 많아도 2번 정도로 하고 그 다음은 정규직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권하고 싶다. 분명 정규직 채용에서 여러 차례 쓴 고배를 마시고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서 인턴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인턴의 문을 두드리는 심정은 백배 이해하나 이 방법은 잘못된 취업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면접관의 눈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기관에서 3차례 이상의 인턴 경력은 아무리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라 하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오히려 정말 우리 기관에서 일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채용에서의 핵심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비젼을 공유 하면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인재 인가‘가 관건이다. 그런데 때로는 열심히 살아온 이러한 이력들이 면접관들로 하여금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아 인턴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지원자의 역량까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곤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공기관 채용전략을 세울 때 인턴 경험은 2번을 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조언이다. 만약 인턴을 경험하고 계속해서 정규직 채용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업의 성격이 비슷한 일반 기업이나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일반기업의 정규직에 도전하여 최소 3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후, 재도전 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아니면 지원하고자 하는 기관에서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턴전략을 세울 때, 체험형 인턴인지, 채용 전제형인턴인지, 채용 우대형 인턴인지 인턴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점 사항도 살펴보면서 정말로 나의 최종 커리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인지 계획을 꼼꼼히 세워서 인턴에 지원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저자 프로필>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허제인

공공기관 채용 전문 면접관, 공공기관 시험 문제 출제위원, 중앙대학교 지식경영학부 외래교수, 동원대학교 외래교수, 공공기관 시험출제 위원, 면접위원, 충청남도 경제진흥원 평가위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평가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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