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박길홍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 부존자원(賦存資源)은 민족의 젖줄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자원이 열악하다. 부존자원 총 매장량이 1경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따라서 해외 원유ㆍ원자재 확보가 목표인 자원외교는 국가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정책이고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최근 원유ㆍ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확보의 최적기가 도래하였다. 즉 재정이 어려운 정유회사와 유정, 특히 생산단가보다 유가가 하락하여 경영난에 빠진 셰일가스(Shale gas)의 기업가치가 하락 중이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

이런 중요한 기회에 우리나라 자원외교가 진흙탕에 빠져 전진을 못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 막중한 국가적 사업에 똥파리들이 꼬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인식’ 하에 공기업들이 자원외교를 진행하였는데, 원유 확보와 대형 건설사업 수주 등에서 배임ㆍ횡령과 참여기업 총수 일가 비자금 조성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 등 정권의 끄나풀과의 정경유착도 개입하였다.

그 동안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 등의 사업성과가 언론을 통하여 크게 홍보되었으나 실제로는 이 사업들이 큰 손해를 보거나 부실공사로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리면서 과장 허위보도였음이 밝혀졌다. 물론 자원개발이 실패 위험이 크고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불확실성을 정권 홍보를 위하여 성공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민기만이다.

따라서 시행착오 분석과 함께 비리 진상규명을 통해 미래의 성공적인 자원외교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고 범법자는 처벌하자는 취지에서 국회 차원의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이것은 ‘먹튀’ 정신으로 번뜩이는 눈을 부라리며 이 기회에 한몫 단단히 잡을 생각으로 떡고물에만 관심 있는 똥파리들이 다시는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국가적 사명의식으로 무장한 유능한 인재들이 용의주도하게 자원외교를 성공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정치싸움만 하다가 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고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있다. 야당은 이명박, 최경환 등 자원외교 핵심 5인방의 증인 채택을 제안했으나 여당은 이를 ‘여당 흠집내기’ 정치공세라며 역공으로 노무현 정부 자원외교의 주축인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였다.

야당의 요구는 매우 당연하다. 국가전략핵심사업인 자원외교를 직접 지휘한 책임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5인방이므로 그들에게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실무자들을 불러 봐야 시키는 대로 한 사람들이어서 핵심적인 정보는 알지 못한다. 만약 실무자들이 자원외교의 총책임자였다면 그들만 증인으로 채택하여도 문제가 없으나 이 경우 이명박, 최경환 등은 월급만 받고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나 장관 등 일개인의 체면이 아니라 정경유착과 비자금 횡령으로 국민혈세가 도둑맞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요즘은 돈 먹고 낙하산 인사로 측근 취직시키고 이권 몰아주려고 권력을 잡으려는 것 같다.

서민은 봉인가? 박근혜 정부는 자원외교로 손실을 입은 공기업들의 부채를 국민연금으로 땜질하겠다고 한다. 민간기업인 신한금융투자뿐 아니라 정부 영향권 내에 있는 새마을금고, 농협 등도 포함됐다. 즉 수익이 나면 정부ㆍ재벌이 갖고 손실이 나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이 메우라는 것이다.

이는 금융후진국 다운 관치금융적 발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4년도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은 144개 조사 대상국 중 종합순위가 80위이다. 특히 은행건전성은 122위이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종합순위는 홍콩 1위, 싱가포르 2위, 일본 16위, 대만 18위이다.

이 정책은 노후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역량인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노인 취업이 가시밭길이고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현실에서 노인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국민연금을 저당 잡는 것은 노인의 생명을 저당 잡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최고의 금융 전문가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ㆍ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의 가장 큰 착각은 국민이 저축한 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독재의 잔재이다. 특권층의 비리로 인한 손실을 국민 저축으로 메운다는 것은 국민의 코 묻은 돈을 모아서 특권층에 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기업 자원외교 손실은 국채 발행으로 메우기 바란다.

일본은 정부부채가 GDP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그 국채를 대부분 일본 국민이 샀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국가부도 사태에도 외환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더욱이 아베의 ‘양적 완화’로 돈을 인쇄해서 갚으면 된다.

우리도 500조 원 이상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한 재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입각하여 국채를 사든지, 아니면 R&Dㆍ시설 투자, 인건비, 복지에 사용하지 않은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면 수조 원 정도는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잘 됐으면 큰 수익을 올렸을 테니까 위험 공동부담 차원에서 손해를 끼친 민간기업들에게 국채 매입을 강권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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