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662호를 간직한 보물 같은 낡은 절

(완주=국제뉴스) 정세량 기자 = 화암사는 내 마음 한구석에 보물처럼 간직한 절이다. 나는 이 절이 가끔 뉴스로 소개될 때마다 “나도 10여년전에 가본 적이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위에 핀 연꽃, 화암사

하늘이 너무 파란해서 나는 화암사(完州 花巖寺)를 찾아 떠났다. 

찾은 지 10년이 훌쩍 넘어서 인지 절에 들어가는 초입부터 낯설다. 내 기억에는 등산로가 험하고 길었다. 그리고 절의 나무들이 무척이나 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절도 더욱 늙었고, 나도 그 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이 지나가고 말았다. 

화암사는 부처와 연꽃, 그리고 부녀간의 사랑이 애틋한 이야기로 전해진다. 

“공주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왕이 있었는데, 딸이 시름시름 앓게 됐다. 어느 날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연꽃을 주고 갔다. 왕은 꿈에 본 곳으로 신하들을 보내 연꽃을 가져오게 했고, 이로 인해 공주가 병에서 낳아 건강하게 살아가게 됐다. 바위에 연꽃이 피었다 해서 화암사가 됐다.” 

불명산 화암사
불명산 화암사

○…사랑에 서툰 양치기

참 뻔한 스토리지만, 왕의 딸에 대한 사랑의 애틋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얼마나 사랑에 서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목장으로 안내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시대이다. 

늘 자신의 목장에 화려한 파티를 준비하지만, 정작 그리워 하는 사람은 오지 않고 애먼 사람만 연회를 즐기고 한다. 양치기는 자신의 감정을 꺼내 보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리곤 한다. 

147철 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662호로 지정된 우화루(雨花樓)를 만날 수 있다. 늙은 나무로 만들어진 2층 별장같이 생긴 누각에는 고요함과 오래된 시간들이 나뒹글고 있다. 

보통의 절에서 느낄 수 없는 건물구조를 느낄 수 있다. 이곳 어디에선가 피었을 그 연꽃을 왕이 꺽어 공주와의 사랑이 완성됐다. 

사랑에 서툰 그대 양치기여, 이곳에서 연꽃을 가슴에 간직해 봄은 어떨는지.

화암사 내부 모습
화암사 내부 모습

○…세상을 밝게 비치는 불명산

산사를 뒤로 하고 불명산(佛明山) 정상을 향한다. 등산객이 많지 않은 이유로 산죽이 요란하게 피어있다. 산들이 불국(佛國)의 땅을 지키고 있다. 

부처의 광명이 산야에 비치고, 하늘은 푸르름으로 가득 차 있다. 

보물은 정말 깊은 산속에 꼭꼭 감추어져 있다. 화암사는 좀처럼 그것을 세속에 내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화암사를 가본 사람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그 낡은 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월의 보배를 잊지 않고 간직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바위에 피어난 연꽃, 그것으로 딸을 구한 왕의 사랑.

화암사는 그 보물 같은 이야기를 품고 가을의 시간을 보듬고 있다.

불명산 정상 모습
불명산 정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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