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행장을 보니 수출입은행의 역대급 성별임금격차가 납득이 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서울=국제뉴스) 김서중 기자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성별임금격차가 극단적으로 큰 점을 지적했으나, 방문규 은행장은 수은 내 성별임금격차는 존재하지 않고 통계가 잘못됐다며 성별임금격차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혜인 의원이 수출입은행에 요청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행원이 100의 임금을 받을 때 여성 행원은 59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41.36%라는 임금격차는 기획재정위원회 산하기관 중 독보적이며, OECD가 조사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 32.5%보다도 8.9% 높다. 2018년 서울시에서 투자출연기관 22군데를 대상으로 성별임금격차를 조사해 공시한 바 있는데, 여기에 대입하면 수은은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용 의원실의 조사 방식은 OECD방식을 따른 것으로 서울시 방식과 동일하다.

성별임금격차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자료가 잘못됐다’, ‘여성들이 가장 근로하고 싶은 직장’, ‘통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부에 격차가 없다는 주장을 했다. OECD기준에 근거해서 수출입은행이 만든 통계를 행장이 부정한 것이다. 행장은 같은 날 입사해서 같은 직급이라면 남성이건 여성이건 임금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성별임금격차가 드러내는 것은 직급, 연차, 직종이 같은 성별 사이의 임금차이만이 아니라, 유리천장·왜곡된 성과보상·성별분업·직종간 임금격차·출산과 육아·경력단절·회사 문화·채용과 승진에서의 성차별 등을 포괄한다. 같은 연차, 같은 직종, 같은 직급에게 동일한 급여를 규정대로 지급한다는 것이 성별 격차가 없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때문에 OECD에서도 이를 성별 격차의 지표로 공식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같은 직급 내에서도 매우 큰 성별임금격차를 보인다는 데서도 문제적이다. 특히 차장급 이하인 그레이드 쓰리(G3)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46%로 성비가 두드러지지 않고, 최근 입행성비도 5:5에 가깝게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성별 연공서열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22.7% 임금격차가 났다.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오래전부터 여성을 많이 뽑아 온 사무직 내에서도 여성 행원은 평균적인 남성 행원에 비해 22.6% 임금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수출입은행과 마찬가지로 과거 입행 여성 비율이 낮은 한국은행은 전체의 성별임금격차가 18.4%인데, 수출입은행은 특정 직급에서의 임금격차가 한은 전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재직기간별로 보면 연차가 낮아도 두 자리 숫자 이상의 임금격차가 난다. 5년 미만의 저연차 내부에서도 10% 이상의 격차가 나는데, 저임금 직종에서 여성을 많이 채용하고 고임금 쪽에서 남성을 더 채용하는 성향과 연결될 수 있는 결과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40% 이상까지 극단적으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거나 성과보상이 지나치게 특정 성별에 불리하다거나, 여성이 많은 직종에 대한 연공보상이 불리하게 책정되어 있는 점을 따져볼 수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개선 속도는 더딘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동안 수출입은행 남성평균임금대비 여성평균임금 비율은 65.8%에서 66.6%로 겨우 0.8%완화됐다.* 수출입은행의 유리천장도 견고하다. 현재 최고등급인 그레이드 원(G1)은 80명 중 여성이 두 명에 불과하다. 그레이드 투(G2)에서도 17.1%에 그친다. 2019년에 처음으로 여성본부장이 나올 정도다.

용혜인 의원은 성별임금격차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방문규 은행장을 두고 ”행장을 보니 수출입은행의 성별임금격차가 역대급인 이유를 알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은의 성별임금격차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독보적“이라며, ”조직 내 성별불평등이 존재하는지, 성과체계나 조직문화에 문제는 없는지 외부인사 포함한 실무단을 구성해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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