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 음식 (사진-한국인의밥상 제공)

15일 방송되는 KBS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바닷가 여름밥상이 소개된다.

구룡포 바다로 준비하는 든든한 여름 밥상

 긴 해안선 덕분에 여름이면 주변 지역보다 더 시원하다는 구룡포. 이곳 토박이 김종수 선장을 따라 아귀를 잡으러 가본다. 아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없다는 김 선장! 그에게서 아귀의 생태며, 먹잇감을 유인해 잡는 비법까지 아귀의 모든 것을 배워본다. 

 선착장으로 돌아온 김 선장을 맞이하는 사람은 손발이 잘 맞는 아내 김숙희 씨. 부부는 갓 잡은 아귀여야만 먹을 수 있다는 쫄깃쫄깃한 아귀꼬리회로 원기를 보충한 뒤, 잡은 아귀를 리어카 가득 싣고 어디론가 향하는데... 수십 년 째 가까이 지내는 이웃 부부와 구룡포만의 여름 밥상을 보여주겠단다. 

 마을 동생이자 해군 후배라는 지영수 씨가 능숙한 솜씨로 아귀를 해체하며 아귀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를 골라 보여준다. 바로 아귀의 간과 위! 아귀 간은 수육으로, 위는 탕에 넣어 먹어야 아귀를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있다는데. 아귀간수육과 아귀탕, 아귀찜은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은 겨울이 아닌 여름에 더 즐겨 먹는다는 도루묵구이와 도루묵찌개까지, 구룡포의 여름 나기에 동행 해본다!

부산 초량에서 만난 여름날 추억의 한 끼!

 부산역에 도착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언덕 위의 옛 동네 초량! 조용했던 바닷가 마을에 부산항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았다는 초량 언덕 곳곳엔 여름날의 추억이 가득하다. 부산항을 앞마당 삼아 초량 골목을 뛰어다니며 자랐다는 최성우 씨. 고향을 몹시 사랑하는 그가 어릴 적 여름날이면 차가운 마루에서 부산항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먹었다는 추억 속 음식들을 만나본다. 

 그는 어릴 적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살았던 옛집에만 오면 누구든 든든히 먹이는 것을 당신의 행복으로 생각하셨다는 외할머니가 그리워진다는데. 외할머니에게 배운 마음 그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그가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이열치열 뜨끈한 여름 음식을 만들어볼 거란다. 

 첫 번째 음식은 생물 고등어 살을 발라내어 끓이는 해장국! 가을이 제철인 고등어지만 부산에선 여름에 해장국으로 자주 먹었다고. 여기에 방아잎이며 제피가루까지 더하면 완벽하게 ‘부산’스럽다는 고등어해장국이 완성된다. 이열치열 다음엔 ‘얼음’이다. 아직도 오래전처럼 덩어리 얼음을 파는 얼음집에서 목침만한 얼음을 사다가 송곳으로 깨는 최성우 씨. 얼음을 부술 때면 얼음 입자가 공중으로 떠올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시원했다는 얘길 털어놓으며 그가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부추단무지냉국수! 여기에 어린 시절 여름날이면 간식으로 많이 먹었다는 삶은 고둥을 유자나무 가시로 빼먹으며 언제 떠올려도 살갑고 그리운 초량의 여름 기억을 소환해본다.

몸도 마음도 든든한 부산 기장 붕장어!

 우리나라의 여름에서 보양식 얘길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보양식이 있다는 부산 기장군 연화리를 찾아간다! 남들은 퇴근할 저녁 여섯 시에 바다로 출근하는 조용숙 선장. 한참을 달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야행성인 붕장어를 잡기 위해서라고. 깊은 바다 속에서 잡아 올려야 해서 어군탐지기가 소용없는 붕장어잡이는 오직 선장의 노련함에 기댈 수밖에 없단다. 

 그런데 힘 좋고 영양 많은 붕장어에는 ‘환상의 짝꿍’이 있단다. 그것은 다름아닌 말미잘! 기장에서는 붕장어를 잡다 보면 함께 올라오는 말미잘을 버리지 않고 함께 매콤하게 끓여 먹는다고. 또 이 동네에서 여름이 되면 갈증 해소를 위해 꼭 먹는 게 하나 더 있단다. 바로 우뭇가사리묵! 그런데 흔히 보는 하얀 우뭇가사리묵과 달리 기장에서 만드는 것은 붉은빛이 도는데. 주로 우무콩국을 만들어먹는 하얀 우뭇가사리묵을 만들고 난 후 건더기를 버리지 않고, 거기에 된장과 방아잎, 고춧가루를 넣어 다시 굳힌단다. 

 바닷사람은 역시 바다 것을 먹어야 한다는 조 선장 가족과 함께 말미잘붕장어탕과 빨간우뭇가사리묵으로 떨어진 기력을 다시 충전해본다! 

감포 바다를 안고 사는 해녀 어머니와 어부 아들

 경주시 감포읍의 자그맣고 아늑한 항구인 대본항. 해녀 어머니 김귀란 씨와 어부 아들 홍정태 씨를 따라 바다로 향한다. 그런데 조업을 하러 가기 전, 어린시절 미역을 뜯으며 놀던 바위를 보여주겠다는 귀란 씨. 그런데 알고 보니 그곳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30대 왕 문무왕의 수중릉이었다! 바위가 문무대왕릉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엔 그곳을 ‘땡바위’라 부르며 미역을 따러 가곤 했다고. 귀란 씨는 열여섯 살 무렵 동네 아낙들이 제주 해녀들에게 물질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에 함께 해녀가 됐다. 누구보다도 글쓰기와 공부를 좋아했지만 부모님을 일찍 여읜 귀란 씨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올해 칠순을 맞은 귀란 씨는 오늘도 숨비소리를 내며 돌미역과 전복을 딴다. 

  어머니가 돌미역을 따는 사이, 아들 정태 씨는 오늘 먹을 생선을 잡는데. 낚싯줄을 따라 팔랑팔랑 고운 자태를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성대! 지느러미가 변형되어 다리처럼 보이는 연조로 모래를 짚으며 헤엄친다는 성대는 회로 먹으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라고. 집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미역을 넌 귀란 씨는 아들을 위해 또 이웃을 위해 솜씨 발휘를 해본다. 돌미역을 넣어 독특한 전복미역물회며 이 지역 사람들이 출산 뒤 몸을 풀 때 꼭 먹는다는 참가자미미역국에 아들 정태 씨가 좋아하는 참가자미조림, 그리고 여름이면 경주 감포 사람들이 보양식으로 꼭 먹는다는 전복죽까지. 감포 바다의 힘 나는 여름 밥상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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