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이 인터뷰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이 인터뷰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국제뉴스) 조진성 기자 = 지난달 28일 우리나라의 두 번째 대형수송함인 마라도함이 취역했다. 이 자리에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마라도함은 독도함과 함께 한국형 경항모 건설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 총장의 말처럼 경항모가 마라도함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갈 준비가 어느 정도 되고 있는지 2021년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살펴본다.

올해 초만 해도 경항모 사업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었다. ‘돈 먹는 하마’, ‘가장 비싼 표적’ 같은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불침항모론’ 같은 시대에 맞지 않는 주장까지 등장해 사업을 비난했다. 하지만 군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경항모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언론의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경항모 사업이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경항모가 정쟁의 소재가 되어버린 국회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향하는 주변국의 칼날이 빠르게 조여오고 있다. ‘중국의 영토분쟁’을 쓴 美 MIT 대학의 테일러 프레이블 교수는 “분쟁지역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으며, 주변국들은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는 중국을 대항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려는 중국은 산둥함과 같은 최신예 항모를 속속 실전 배치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총 4척의 항모를 보유해 분쟁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려는 계획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세의 압박과 노예화는 용납할 수 없으며, 이런 망상을 하는 자는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며 미국 등 서구국가들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일본은 2026년까지 실전 배치를 목표로 호위함 2척을 경항모로 개조하여 해양우세권 경쟁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동북아 항모 경쟁에 유럽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함, 프랑스는 샤를 드골함 등 자국의 최신 항공모함을 올해 동북아에 파견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안보정세 속에서 이제는 경항모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본격적으로 경항모를 활용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경항공모함 사업 추진을 지휘하고 있는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해군 소장)을 직접 만나 경항모 사업에 대해 들여다봤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이 항공모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이 항공모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부장은 "국가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존재가 항공모함"이라며 "항공모함은 국가안보전략과 국가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군사력이자 정치적‧외교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1995년 대만해협 위기, 2007년 북한의 탄도탄 도발, 2018년 호르무즈 해협 원유수송로 봉쇄 위협과 같은 위기때마다 미국은 항모전투단을 파견해 상대 국가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렇듯 항모는 존재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운용하고 있다.

정 부장은 “2021년 기준으로 항모를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8개 국가이며, 스페인, 호주, 터키는 경항모급 상륙강습함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2020년대 중반에 항모 운용국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강대국은 항모 확보에 국가적 노력을 결집하고 있을까? 정 부장은 항모가 가진 융통성과 기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항모와 호위전력으로 구성된 항모전투단은 임무와 위협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다”며 “함정과 항공기로 구성된 해‧공군 합동부대가 장기간 먼바다에서 독립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항모전투단은 기동성을 바탕으로 분쟁해역에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은 “항모는 원해에서 작전하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육상에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지속 추적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자체적인 방어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존하는 어떠한 무기체계도 완전무결한 성능을 보장할 수 없지만, 특정 무기체계의 억제력은 존재 자체가 내포하는 상징성과 모호성에서 나온다”는 美 뉴욕주립대 에릭 프렌치(Erik French) 교수의 발언도 군의 설명에 힘을 실어준다.

항모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항모 보유 국가 중 미국만이 대형항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등은 중‧소형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일부에서 우리나라도 경항모보다는 중형항모를 도입해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정 부장은 “경항모 확보는 안보환경, 국방재원, 기술수준과 같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 해병대사령관이 같이 결정했다”며 “특히 경항모급 함정은 가성비와 운용목적, 작전효과를 이유로 운용하는 나라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기술적인 측면도 경항모를 선택한 주요 이유라고 말한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1,000℃가 넘는 배기열과 수 톤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건조 능력이 요구된다. 그는 이미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한 건조 가능성 검토와 개념설계 결과에서 국내건조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탑재와 운용에 관련된 일부 기술은 국내 개발을 추진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미국과 영국 같이 항모를 보유한 국가와의 기술협력도 추진해 나간다는 게 해군의 계획이다.

정 부장은 경항모와 같은 대형 함정을 완벽하게 운용, 유지, 수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하우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독도함을 운용하면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함정이 마라도함인 만큼, 미래에 중형항모를 도입하게 된다면 경항모를 운용하면서 얻는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현재 우리에겐 경항모가 가장 적절한 전력이며, 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이 인터뷰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제독이 인터뷰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경항모사업은 작년 12월 합참에서 소요가 결정됐으며 올해 2월는 사업추진방법을 결정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했다. 현재는 사업추진이 적절한지를 검증하는 사업타당성조사 등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선행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업이 착수되면 약 3~4년의 기본설계 과정과 약 7~8년의 상세설계를 거쳐 함 건조에 들어간다. 올해 결정되더라도 빨라야 2033년에야 작전 투입이 가능하다.

장기적 안목과 혜안으로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추진해 나감과 동시에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19대 미국 합참의장 던포드(Dunford Jr.) 대장은 평화와 전쟁의 이분법적 구분으로는 더 이상 오늘날 무력 분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현대 군사력의 활용 영역이 넓어졌다는 의미이다.

미래 군사력 건설도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항모의 필요성과 유용성은 이미 항모를 운용하고 있는 국가, 그리고 추가적으로 보유하려는 국가들이 증명하고 있다.

정 부장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닷길이 곧 생명 길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경항모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며 "가속화되는 한반도 안보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경항모가 답이다"라고 말했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newsgukje@guk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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