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십자 허일섭 회장 (사진=녹십자 홈페이지 캡처)

(서울=국제뉴스) 최문수 기자 = 지난해 기업부채가 급증한 녹십자가 이번에 배당금이 가장 많은 제약사 2위에 올라 '기업 돌보기'보다 '주주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유한양행에 뒤이어 배당규모가 가장 큰 녹십자는 지난 2년간 총 144억5000만원씩을 지급해 산출액 변화는 없지만, 지난해 부채율이 매출액의 42% 이상을 차지한다.

2013년 7937억5000만원, 2014년 854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녹십자의 부채는 같은 기간 2175억6000만원에서 3644억9000만원으로 67% 이상 올랐다.

녹십자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어 공격적으로 공장 시설에 투자하고 있지만, 부채비율이 계속 늘어날 거란 말은 아니다"라며 "투자는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이뤄지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차입금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녹십자보다 배당총액이 36억원가량 많은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조81억7000만원, 부채 2433억6000만원으로 매출 대비 부채율이 24%에 불과하다.

녹십자 관계자는 "부채비율은 업계에서 낮은 편에 속하고, 배당은 부채가 아니라 순익과 관련 있다"며 "고배당 정책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저배당 성향으로 해외에서 저평가 받고 있는 국내 주식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배당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이 매출 상승에 따라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배당하는 것은 관례다. 그러나 녹십자와 같이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는 비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녹십자 허일섭 회장의 배당금은 올해 18억3154만원으로 국내 10대 제약사 CEO 중 두 번째로 많다.

올해 배당하지 않은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 등을 제외하면 ▲동아ST 강정석 사장 5억7611만원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 2억7644만원 ▲제일약품 한승수 회장 2억4332만원 순으로 지급액이 높다.

한편 녹십자는 일동제약 2대 주주로, 지난달 6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중 2명을 자사 추천 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적대적 M&A'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주제안권이란 지분율 1% 이상인 주주가 주주총회 논의 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제안서에 문제가 없으면 해당 의안은 주주총회 안건에 반영되며, 이번 이사 선임 건은 오는 20일 열리는 일동제약 주총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녹십자는 "이번 주주제안은 '적대적 M&A'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동제약은 "협력과 상생을 위한 신뢰형성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 녹십자가 협력을 위한 어떤 교감이나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간섭하는 행태를 되풀이 중"이라며 "동종업계 경쟁사의 추천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면 일동제약의 기밀사항에 접근해 주된 영업 분야에 진출하는 등 이용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사 선임 문제는 주주들의 판단에 달려 있어 일동제약 지분 8.99%를 보유한 3대 주주 피델리티펀드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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