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걸그룹 '베이비복스 1기' 출신 정현전 씨 '초함 음식점' 운영

동래 鄭씨, 어느 사대부가 맛이 베인 레시피, 맏며느리에서 딸에게로 전수

市 지정 '부산향토음식' 아귀찜·해물탕·파전 등 인기

'초함' 해질무렵 전경 / 제공 =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초함' 해질무렵 전경 / 제공 =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부산=국제뉴스) 김옥빈 기자 = 우리의 전통 식문화는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이뤄지는 탕반식 문화다. 국에 밥 말고 이에 곁들여 먹는 반찬은 풍미를 더해준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기본상이 먼저 차려지는데, 나오는 반찬은 집집마다 특징이 있고 다들 다르다. 김치 및 장류, 무침류, 볶음류, 탕류 등으로 이뤄지는 가짓수가 다르고, 어떤 식당은 한정식 못지 않게 많은 반찬 수가 차려지기도 한다.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성지곡수원지)에서 부산국립국악원 방향으로 가다보면, 부산진고를 지나서 초읍다이소 건너편에 커다란 간판과 함께 돌탑이 세워진 작은 정원이 있는 '토담집'이 보인다.

'초함' 도심속 토담집, 그 외면의 멋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면 1~2층이 온통 좌식방으로 둘러쌓인 룸들로 가득차 있다. 방 룸마다 팔도의 명산 이름으로 붙혀져 구분돼 있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산 이름을 골라 들어가면, 한 곳에 앉아서 밥집과 술집이 동시에 해결되는 편안한 장소이다.

여기 '초함'은 원조 걸그룹 '베이비복스(Baby V.O.X)' 출신(1기 리더)의 정현전 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이다. 그는 5년전 이곳을 인수해 모친과 함께 하나하나 음식을 다듬고, 손보면서 메뉴리뉴얼 했다.

그녀의 모친은 '동래 정(鄭)씨', 어느 장손가 집안의 며느리로 시집와 시댁의 전통음식에 따른 제례음식을 도맡아 하면서 쌓은 음식 솜씨가 딸에게 전수돼 여기 이 음식점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모친의 음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라왔다. 고학년 때 부터는 집안 행사 음식에 모친을 더 가까이 도우면서, 자연스레 요리과정을 보고 익히게 된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친의 음식 노하우가 깔린 솜씨를 이어 받아서인지 굵직굵직한 메뉴 하나하나가 전문점 못지 않게 맛 좋기로 입소문 자자하다. 동시에 주부9단들도 인정하는 맛이다. 

부산향토음식 아귀찜 / 제공=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부산향토음식 아귀찜 / 제공=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일찌기 다녀간 손님 중에 부산에서 꽤 유명한 '장석관(65·송정집 대표) 요리연구가'는 "아귀찜이 맛있다" "밑반찬도 간이 맞고 좋았다". 그렇지만 한정식집도 아닌데 찬의 가지수가 너무 많다"면서 식재료 과다사용에 우려를 내비치며 "좀 줄이고 신경을 써야하지 않나"라는 우회적인 말로 조심스레 조언했다.

한편 원조 걸그룹 '베이비복스(1기 리더)' 출신 정현전(초함 대표)씨는 걸그룹 활동시절 동료들 야식을 곧 잘 만들어 챙겨주곤 했다는 후문이 있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정시운댄스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정시운(베이비복스 1기 시절 랩과 춤 담당)씨의 얘기가 이를 뒷받침 한다.

정시운(78년생)씨는 정현전(77년생)씨와 한 살 터울의 나이차이지만, 거의 친구같이 지낸다. 하지만 그(정현전)를 부를때는 '언니'라 칭한다. 그(정시운)는 매번 한국에 들어오면 꼭 여기 '초함'에 살짝 들러 회포를 풀고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 단골인 이모(57·김해 거주)씨는 "초함을 자주 찾고 또 그녀와 친분이 두텁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지난 2019년 7월 10일 저녁에 여러 지인들과 이 곳을 찾아 닭볶음탕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녀(정현전)가 들어와 친구(정시운)가 뉴질랜드서 왔다"고 말하며 "소개를 청하기에 옆방으로 가서 그(정시운)와 인사하고 짤막하게 얘기도 듣고 나눴다"며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 놓았다.

이어 이 씨는 "그때 시운씨 말에 의하면, (배복 시절)후배들 간식은 주로 언니(정현전)가 재료를 준비해 만들어 줬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 당시 마침 고3 아들이 대학을 '힙합댄스 특기생'으로 가고자 댄스학원을 다니는 중이라, 동기부여차 사인도 부탁해 받았다"며 들떠 말했다.

즉, 세월이 흐르고, 이들은 벌써 불혹의 나이 중반대를 넘어섰다. 뉴질랜드에서 댄스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시운씨는 일찌기 결혼해 아들만 셋이고, 현전씨는 아직 솔로인 것으로 밝혀졌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 영상화면에 초창기 베복 활동시절 뮤직비디오가 틀어져 나오는데, 파워풀한 댄스가 지금의 얌전한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다. 화면에 비치는 영상은 마치 여전사들 콘셉트의 강한 이미지로 보여진다.

'초함' 대표 정현전(베이비복스) 씨의 최근 모습 / 제공=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초함' 대표 정현전(베이비복스) 씨의 최근 모습 / 제공=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지금의 그녀(초함 대표)는 갸날픈  몸매의 나긋나긋 조용한 말씨에 화장기 없는 작은 얼굴 모습은 순수하고 꾸밈 없어 보이지만 예쁘다. 그는 직접 시장에 가서 식재료 장도 봐오고, 또 일손이 부족하면 주방에도 들어간다. 레시피를 그가 다 알고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이러한 순수한 모습에 손님들은 그가 과거에 걸 그룹 출신이란 모습을 전혀 알아 차리지 못한다. 간혹 입구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감잡은 손님들만 짓궂게 묻기도 하고 즐거워 한다.

하물며 그녀의 모친은 항상 불만이 가득하다. 좀 꾸미고 다니라고 잔소리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사로 인해 바쁘고 피곤하다 보니 앉아서 꾸미고 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날 그녀의 베복 데뷔는 벌써 23년 전의 일이 돼 버렸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나게 한다.

그는 또 지금까지 근황에 대해 "베복 탈퇴 후 배우로 진출하고자 연기수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잠시 틈이 생겨 부산 본가(대연동)에 내려왔다가 어쩌다 보니 다시 올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눌러 앉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엔 한편으로 아쉬움이 교차한 듯 보였다.

그는 "이 곳을 인수하기 전 까지는 '요가' 강사를 해왔고, 우연한 기회에 모친의 권유에 의해 여기(초함)를 사들이면서 초읍으로 집을 옮겨왔다"고 말하면서 "부산일보 주최 '미녀들의 골프 시즌2' 프로에 출연을 끝으로 별다른 활동은 없지만, 지금도 지인들과 틈틈히 골프를 즐긴다"고 말하는 그의 해 맑은 모습에는 어딘가 모르게 묘한 여운이 감돌았다.

이어 "무작정 잘 모르는 외식업에 뛰어들어 처음에 무척 힘들었고 후회도 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해 어느날부터 부산맛집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띄었다.

그는 또 "베이비복스 출신이라는 광고로 좀 우려먹기도 했다"며 숨김없이 밝히면서 멋쩍어하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생기면 "라디오 방송에 관심이 많다"고 포부도 밝히면서 "A 지인을 통해 접촉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런가 하면, 이 곳 초함은 가족 외식공간으로 부족함이 전혀없고, 식사와 술을 함께하기 좋은 곳으로 이미 소문이 나있다. 다양한 메뉴와 함께 특히 닭볶음탕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점심 특선 초함 정식을 비롯해 아귀찜, 해물탕, 해물갈비찜, 오리옻백숙 등 선택의 폭이 넓고, 더욱이 비오는 날은 해물파전이 인기다.

부산향토음식 파전 / 제공=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부산향토음식 파전 / 제공= 맛집으로부터 스무 발자국 

부산에는 市 지정 '부산향토음식 12선(돼지국밥, 밀면, 동래파전, 아귀찜, 해물탕, 복국, 곰장어요리, 낚지볶음, 생선회, 흑염소불고기, 제첩국, 붕어찜)'이 있다.

市 지정 향토음식 12선에는 아귀찜, 해물탕, 파전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렇게 전문 메뉴 3가지를 한 곳에서 다하는 집은 부산 어디에도 없어 이 또한 관록할만 하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맛, 조그만 손으로 파전을 먹기 좋게 잘라주는 그녀의 모습, 이집에 가면 뭔가 설레임이 있다. 그녀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비드19'의 '팬데믹'이 벌써 1년을 맞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 경기에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외식업)들은 직격탄을 맞고있다. 다들 코로나 경기에 어렵겠지만, 지혜롭게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렇듯, 손님이 줄다보니 근심도 늘어나고 따라서 여유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때 손님이 없다고 투덜되지 말고, 코로나 이전을 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물며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 개선도 하고, 주방 구석구석도 청소하고, 또 바빠서 못했던 메뉴개발도 좋겠다.

'코로나19' 감염의 확산방지 및 예방에는 반드시 '사회적 거리두기(5인 이상 손님 안받기), 개인위생(손씻기 등)철저, 마스크 착용'의 실천이 따라야 한다.

끝으로 코로나 경기에도 불구하고, 자기개발에도 소흘하지 않는 그녀, 앞으로 또 다른 방송 활동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