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내포취재본부 이종선 국장
국제뉴스 내포취재본부 이종선 국장

새해벽두가 되면 누구나 인생역전의 대박을 꿈꾼다.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로또 판매점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은 코로나19나 경기침체와의 전혀 무관함을 말해준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4조3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루 평균 118억3000만원의 수익을 올려, 국민 1인당 13만4000원 어치가 팔린 셈이다. 이는 전국 로또판매점이 6839곳으로 전년대비 324개가 늘었고 손쉬운 인터넷 구매가 시작된 요인이다.

한 해 동안 1등 당첨자만 507명이 1조420억원을 거머쥔 대박에 성공했다.

복불복(福不福)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복이 있고 없고를 나타내는 것으로 충청도식 발음으로는 복꼴복이다.

다시 말해 노력도 없고 그저 운에 맡겨 윷놀이 하듯 내던져 ‘기다. 아니다’로 부족해 죽기 아니면 살기로도 해석되고 있다.

한때 인기 높았던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확률 50대50의 복불복 게임을 보며 시청자들은 그냥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했다.

흔히 어떤 일의 성사여부가 불투명할 때 “복꼴복인데 누가 알어,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하는 식으로 많이 쓴다.

올해도 일확천금의 꿈속을 헤매는 자들로 성시를 이루며 로또 판매가 급증하고 있음은, 인생역정을 뒤바꿔줄 814만분의 1의 확률에 매주 투자하기 때문이다.

1956년 ‘복을 주는 증서’라고 복권으로 불린 뒤 이탈리아어로 ‘행운’을 뜻하는 ‘로또’로 바뀌어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인기 높았던 판매량이 2005년 이후 서서히 줄다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다시 판매 급증세를 보였다.

2002년 12월 2일 첫 발매 후 올해 1월 2일 944회까지 누적 1등 로또 당첨자가 6643명에 이르고 1.2.3등을 모두 합치면 154만명이 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행복과 불행으로 가른다면, 복 없는 자의 운명을 쳐다보며 자신의 행복을 즐기는 운 좋은 사람들이 있고 지지리도 복 없는 인생을 탓하고 슬퍼하는 자들이 있다.

한 실례로 트럭을 몰고 예산군 덕산면 어느 휴게소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던 한 자영업자의 눈에 즉석복권이 들어왔다.

물건 팔아 남은 돈은 두둑했으나 달랑 8장뿐인 복권 중 5장만을 샀다. 동전으로 열심히 긁고 있는데 부근에서 일하던 한 근로자가 이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냐고 묻자, 1000원주고 사서 이렇게 하면 감춰진 시상금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 그는 난생처음으로 3장남은 복권을 아까운 거금을 들여 샀다. 먼저 산 사람은 그중 5000원이 당첨돼 본전은 했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나중에 산 그는 5000만원이 당첨돼 펄쩍 뛰며 부리나케 택시를 불러 자리를 떴다.

하지만 복을 비켜간 이사람, 차에 올랐는데 손이 떨려 한동안 운전을 할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몽땅 사고 말걸 왜 그랬을까? 가슴 치며 후회한들 이미 게임은 불복으로 끝난 뒤였다.

대박을 꿈꾸고 복권을 산 사람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서울시 중구 충정로 1가 85번지 NH농협은행 본관 15층 복권사업부 밀실이다.

월요일 아침에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서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돈벼락을 맞은 1등 당첨자다.

매주 4∼8명은 그 꿈을 이루고 밤사이 복권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집에 불이 나지 않을까, 도둑이 들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한잠도 못자고 이곳에 올 때도 강도나 교통사고 당하지 않을까 별의별 걱정에 복권이 당첨된 그 순간부터 기쁨은 잠깐 불안.초조가 피를 말린다고 한다.

행복한 고민일 수 있으나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찾아온 복도 불복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세계 86위인 독일의 손꼽히는 부호가 주가하락을 이유로 세상을 떠나 충격을 안겼다. 국내에선 19억의 당첨금을 8개월 만에 탕진하고 은행 강도 혐의로 붙잡힌 20대, 현금 8억을 가진 50대가 도박으로 3억을 잃고 목을 맸다.

이게 다 무모한 복불복 운수게임에 지면서 불안 바이러스에 오염된 결과다.

이처럼 있는 자가 겪는 불행이라면 차라리 없는 자의 마음편한 행복이 훨씬 낫지 않은가?

과거에는 불안을 호소한 환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는데 요즘은 국가경제가 어려워진 탓에 고용불안,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남성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몸이 아프면 응당히 병원에 가면서도, 마음이 아파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다 값진 삶을 마감하려는 이런 어리석은 짓은 절대 해선 안된다.

마음이 부자가 되면 수십억의 로또당첨이 크게 부러울 것 없다.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수심에 잠긴 귀부인보다, 애기를 업고 연탄집게를 든 여인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려운 경제사정을 도박, 복권 등으로 해결하려고 오락성을 넘어 생사를 건 복불복에 인생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신축년 새해는 그 무엇보다도 코로나 퇴치가 대박보다 우선돼야 되니 말이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