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오페라마 예술경영 연구소 정경 소장

▲ 오페라마 예술경영 연구소 정경 소장. 국윤진 기자 kookpang0510@hanmail.net

"아버지를 왜 찾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넌 그냥 버려진 아이일 뿐이야."

한국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필리핀 혼혈아 '코피노(Kopino)'는 현재 1만~3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코피노를 낳은 한국인 남성들은 '나 몰라라' 하는 실정이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 문제를 오페라와 드라마를 합친 '오페라마(Operama)'라는 장르를 통해 보여준 이가 있다.

(사)오페라마 예술경영 연구소의 정경 소장은 지난해 12월 '오페라마 코피노'를 무대에 올리고 수익금 일부를 필리핀 대사관에 전달했다. 본인이 코피노를 낳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남성인 자기 책임이란다.

"한국 남자들이 필리핀에 가서 사생아 3만 명을 낳고 있는데, 아무도 그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아요. 우리나라가 일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지만, 그들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필리핀 대사가 허락만 해준다면, 필리핀에 가서 직접 공연하고 싶어요."

정경 소장은 이 밖에도 독도 문제, 치열한 입시 경쟁 등 사회 주요 문제들을 예술로 풀어왔다. 오는 3월에는 '땅콩 회항' 사태로 실형을 선고받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甲乙)' 문제를 얘기해보려 한다.

"갑일 때 을을 배려하지 않으면, 나중에 을이 됐을 때 똑같이 피해를 받는다는 화두를 던지고 싶습니다. 오페라 '돈 조반니(Don Giovanni)' 속 귀족과 하인은 우리 사회의 갑과 을입니다. 그런데 갑이더라도 누군가한텐 을이 될 수 있고, 이게 반복된다는 거죠. 맨땅에 헤딩하는 걸 수도 있는데,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놀면 창조는 나올 수가 없어요."

오페라마 연구를 위해 전 세계의 드라마와 영화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는 정 소장은 특히 지난 2012년 영국에서 제작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다섯 번이나 봤다. 현 사회 문제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통해 보여줄 게 더 많다는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300년 전의 프랑스 역사를 영국과 미국이 콘텐츠로 만들어 10억 불을 벌었답니다. 역사 스토리는 유일한 전쟁국가인 대한민국이 가장 생생하게 만들 수 있는데도 지금 못 하고 있잖아요. 또 30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인들이 경주에 놀러 오면 첨성대랑 안압지를 보고 쌈밥만 먹고 그냥 돌아간다고 합니다. '오페라마 화랑도'나 '오페라마 신라'가 있다면 천 년 역사의 신라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겠죠."

남북통일, 청년취업난, 감성노동자 등 다양한 역사와 사회 문제가 현존하는 한국은 예술가들에게 최적의 장소라며 그는 이 땅에서 태어난 게 기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DMZ(비무장지대)에서 '오페라마 김정은'을 공연하고 싶어요. 김정은을 오페라마 소재로 만들면, 60~70년 동안 교류가 없던 남과 북이 문화로 함께할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아요."

남을 행복하게 해주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치고 싶다는 정경 소장은 평생소원으로 아프리카에 극장을 짓고 싶다. 본인이 가진 것을 문화가 부족한 이들, 감정이 메마른 이들,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자신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란다.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이자 리더다.

"아프리카는 예술로 가장 도와줘야 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백인들이 지배했던 곳에서 백인과 흑인, 황인 등 전 인류가 한 무대에 선다면, 세계 예술을 이끄는 미국의 브로드웨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류 문화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코피노 등 사회 문제만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 평화에도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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