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최태홍 대표 인터뷰②

▲ 보령제약 최태홍 대표가 중국 시장 진출의 현황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게임'과 같습니다. 무언가 얻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인데, 그 자체에 열망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실패를 통해 역량을 키워 보령제약을 '최고의 회사',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낼 겁니다."

보령제약 최태홍(崔泰洪) 대표는 "자체 개발한 국내 1등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와 제산제 '겔포스'를 필두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진출에 있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보령제약 제품은 '겔포스'다. 지난 1992년 '포스겔(phosgel)'이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받고, 현재 현지 위장약 시장을 90% 점령하고 있다.

'포스겔'은 출시 첫해에는 수출액이 3억원에 불과했지만, 중국 실정에 맞춘 공급가 인하와 마케팅 지원으로 12년만인 2004년 100억원에서 2014년 500억원으로 매출이 늘어났다.

최태홍 대표는 중국 내 '포스겔'의 인기비결로 뛰어난 효과와 반고체 상태인 겔(gel) 제형의 우수성을 꼽았다. 겔 제제는 비교적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높은 편이다.

"40여 년 전 보령제약 김승호(金昇浩) 회장이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ingelheim)'으로부터 겔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아 '포스겔'에 적용하고 있죠. 경쟁제품들이 나와도 효과와 제형의 특수성 덕에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이 약품은 2013년부터 2년간 연평균 30~40%씩 성장하고 있는데, 적절한 시점에 일반의약품으로도 판매할 겁니다. 그러니 성공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죠. 이제 시작입니다."

이에 보령제약은 올해 중국에서의 '포스겔' 목표 매출액을 700억원으로 설정하고, 중국 파트너社인 '심천미강원의약유한공사(深圳市美康源醫藥有限公司)'와 함께 마케팅 교육과 교류 프로그램을 더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 보령제약이 중국에서 판매 중인 위장약 '포스겔(phosgel)' (사진=보령제약 제공)

한편 지난 2011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수용제 차단제(ARB)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살탄)'는 지난해 1월 중국의 '글로리아社'와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현지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날렸다.

보령제약은 중국인들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에 최태홍 대표는 오는 2018년 말께 허가 등록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시스템을 도입ㆍ응용한 중국은 의약품 허가 절차에서 자국민 대상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카나브' 임상시험 준비를 마치고, 결과를 제출하면 2018년 말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허가 신청을 하고 대기하는 데만 1년 반 정도가 걸리거든요."

최태홍 대표는 국산 15호 신약 '카나브'처럼 신약 개발은 물론, 국내외 기존 제품의 브랜딩(brandingㆍ이미지 확립)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고혈압 치료제는 시장 규모가 커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자본만 약간 투자해 '카나브'에 효과가 좋은 기존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를 불확실성 없이 만들 수 있죠. 전략적으로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보령제약은 '카나브'의 주성분인 피마살탄에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을 결합한 고지혈증 치료제를 2016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2017년에는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이 들어간 고지혈증 치료제를 2018년에는 암로디핀(Amlodipine)과 로수바스타틴이 포함된 고혈압ㆍ고지혈증 치료제를 선보이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최태홍 사장은 신약 개발과 기존 제품의 라인업(line-up) 등을 위해 빨리 실행에 옮기되,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보수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 급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옵션을 가지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것인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죠. 다국적 기업이 아니고서는 실수를 하거나 위험에 부딪히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요. 근데 한번 결정하면 호랑이 등에 탄 것과 같이 정신없이 달려야죠. 실패하면 그 과정에서 얻은 배움을 통해 새롭게 도약해야겠죠."

대학생 때 수업을 제치고 운동장으로 달려가고, 지금은 일주일에 5번 이상 헬스클럽에 들릴 만큼 운동 애호가인 최태홍 대표는 중국 진출을 운동 즉, 게임으로 비유했다.

"축구나 농구를 할 때 게임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이겨야겠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남들이 보면 우스운 게임일 수 있지만, 선수로 뛰는 당사자는 그 순간 긴장하거든요. 근데 게임이기 때문에 어렵고 안 되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그땐 한 번 두들겨 맞고, 배운 뒤 다시 하면 되죠. 그리고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요. 비즈니스할 때 밑바탕이 되는 감성과 비슷한 겁니다. 해외 진출도 하나의 게임이라서 즐길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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