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의 시집이 149건의 대체자료로? 국립장애인도서관 대체자료 성과 부풀리기 심각!
장애 대학생들의 학습교재조차 다 제작하지 못하는 상황
성과 부풀리기 쉬운 시집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서울=국제뉴스) 김서중 기자 = 국립장애인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대체자료를 제작하는 것이지만, 대체자료 성과가 심각히 부풀려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7149건, 7210건, 7233건 등 평균 7200건 내외의 대체자료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 대체자료 제작 건수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실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실적이 상당수 부풀려졌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148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 1권의 경우, 독서장애인용 파일 포맷인 데이지자료로 제작하면서 1권이 아닌 148건의 데이지로 처리하였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의 경우 시집 1권을 시집 1건과 시 148편을 모두 더하여 총 149건으로 대체자료 제작 건수로 집계하고 있으며, 이렇게 계산된 제작 건수가 국립장애인도서관 전체 대체자료의 50%나 된다는 것이다.

2017년 사례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체 대체자료 제작 건수 7149건 중 앞선 설명과 같이 추가적으로 카운트된 것이 3877건으로 전체의 54.23%나 되며 이렇게 카운트된 것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대체자료 제작 건수는 3272건에 지나지 않는다.

2018년과 2019년 역시 7200여건의 대체자료를 제작했다고 했으나, 2018년에는 42.69%, 2019년에는 44.32%가 앞서 언급한 시집과 같은 방식으로 카운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부풀려 계산된 것을 제외하고 나면, 결국 실제 제작한 대체자료 제작 건수는 매년 4000여건 수준에 불과하다.

2014년 국민권익위가 국립장애인도서관의 대체자료 제작기간을 조사한 결과, 데이지자료 1건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6.4일, 최대 205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에는 개별 시는 포함되지 않았다. 개별 시는 분량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편을 제작할 수 있어 통계적 의미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2019년 대체자료 목표건수 대비 제작건수를 나타낸 자료에서 개별 시를 카운트하여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보고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관련 자료를 분석해 보면, 데이지자료를 제외한 모든 대체자료는 실제 제작건수가 목표건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유일하게 목표건수를 초과한 것은 시를 제작건수에 포함시켜 쉽게 실적을 늘릴 수 있는 데이지자료뿐이다. 전체 목표건수를 조금이나마 초과 달성한 것 역시 데이지자료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별 시로 카운트한 것을 제외하면 데이지자료 역시 실제 제작건수는 1605건에 불과하다.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임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목표건수 대비 제작건수가 초과되었다고 보고한 것은 자화자찬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리 높은 목표건수라도 개별 시를 많이 제작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목표건수를 초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시집을 과도하게 제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많은 시집을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신청한 것인지 의문제기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예지 의원은 “매년 장애 대학생들이 학습 목적으로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신청하는 대체자료 5건 중 1건은 여러 이유로 제작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에서, 제작 건수를 늘리기 위해 시집을 과도하게 제작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대체자료 제작 건수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만약 현재와 같이 대체자료 제작 건수를 카운트하는 것이 맞다면 이러한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시 컬렉션’이 운영되고 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별도의 페이지를 운영하였고 각각의 시를 개별적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제작 건수도 개별 카운트 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제작 건수와는 다른 문제로써 1권의 시집을 단지 구분하여 홈페이지에 등록했다는 이유로 제작 건수를 개별적으로 카운트하는 것은 잘못된 통계 수치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만약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모든 대체자료를 카운트한다면, 다른 도서 역시 목차 단위로 구분하여 등록하고 이를 제작 건수에 개별적으로 카운트할 수 있을 것이다”며 “책 한 권을 몇 백개의 제작 건수로 집계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매년 발표하는 대체자료 제작 건수는 통계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최근 문체부 1차 소속기관으로 독립되었으며, 250만 장애인들의 지식정보 접근성 강화에 대한 시대적 사명을 띠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실적 부풀리기로 장애 당사자를 비롯한 관계 전문가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예지 의원은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겉보기 성과가 아닌 장애인들에게, 특히 대체자료를 필요로 하는 유형의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기 위한 내실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가 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개선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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