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사와 물리학, 생물학 박사 등 다분야 융합연구의 결실

연구결과는 국내 연구자들 대상 '공유 자원화' 계획

(부산=국제뉴스) 김옥빈 기자 = 동남권원자력의학원 FLASH 연구팀이 아시아 최초로 1초 당 40Gy 이상의 전자선을 발생시키는 초고선량율 방사선치료 연구시스템을 개발했다. 

플래쉬연구중인 연구원들(물리학자, 생물학자) 모습/제공=동남권원자력의학원
플래쉬연구중인 연구원들(물리학자, 생물학자) 모습/제공=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의 3대 치료법(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 하나인 방사선치료는 정상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1회 당 몇 분에서 수십 분의 치료시간이 소요 돼 환자 불편 및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고, 치료가 어려웠던 암도 다수 존재했다. 

FLASH 방사선치료는 1초 내에 고강도 방사선을 순간적으로 조사하는 기술로, 암세포 치료 효과는 기존과 동일하거나 더 우수하면서, 정상 조직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치료 기술이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가 가진 취약점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치료가 어려웠던 암에서도 치료효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부작용 감소 및 편의 향상으로 항암 치료 또는 면역 치료와 방사선치료의 병합을 더욱 용이하게 해 향후 암 치료에 있어서 치료효과와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 돼 방사선치료의 혁신이라고도 평가 받는다.

FLASH 임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초고선량율 방사선 발생장치, 즉 FLASH 연구용 가속기가 필요한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국내 최초로 FLASH 임상연구가 가능한 가속기와 실험 장치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현재 FLASH 임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미국(5) 및 유럽(5) 등지의 전 세계 10여 곳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전무하다.

아직까지 기존 방사선과 FLASH방사선의 치료효과 차이가 발생하는 생물학적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학원은 FLASH 가속기 핵심기술인 고전압 펄스전원장치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빠르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1초 내 초고선량률 전자선 발생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초고선량율 전자선 산란장치를 개발해 FLASH 임상실험이 가능한 균일한 조사영역을 형성시켰고, 라디오크로믹 필름 측정법을 통해 40Gy/s 이상의 초고선량율 전자선 발생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FLASH 방사선 조사 기술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방사선치료기의 국산화를 위해 전자가속기의 제작 연구, 그리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 연구에 수년간 몰두한 집념과 노력이 있었다.

2015년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와 공동으로 수입 방사선치료기와 성능이 비슷한 전자가속기를 제작한 바 있으며, 가속기 핵심 부품 중의 하나인 전자가속관의 재료 가공과 진공용접에 이르는 전체 제작 공정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실용화 연구에 주력해 왔다.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인 최철원 임상융합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는 초연결(Hyper-Connected)과 융합의 시대에 발맞춰 의학과 물리학, 생물학 등의 융합과학의 성과물이다. 방사선종양학과(주임과장 최철원)와 의학물리연구팀(팀장 이만우), 방사선생물연구팀(팀장 손태건) 즉 임상의사와 물리학박사, 생물학박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뤄낸 눈부신 협업의 결과"라며 "FLASH 연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FLASH 연구회를 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철원 부장은 "실험실에서만 끝나는 연구가 아닌, 기초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FLASH 방사선치료기 개발과 같은 성과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외에도 의학원은 방사선치료기의 국산화 연구를 위해 2022년까지 방사선치료기 실용화센터를 구축하고, 방사선치료기 실용화센터에 타 기관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FLASH 연구용 가속기를 새로 구축해 국내 관련 연구자들에게 다양한 연구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학원은 중간단계의 실용화로 반려동물의 암 치료에 FLASH 연구를 활용하고자 한다. 국내 반려동물에 대한 암 치료나 방사선치료 연구는 초기 단계이나, 반려동물의 증가 및 동물병원의 관심이 높아 이 분야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했고, 관련 연구결과는 저명 학술지인 'Journal of Instrumentation’ 와 ‘Nuclear Engineering & Technology(온라인)'에 게재됐다.

플래쉬연구회 단체 기념촬영 모습
플래쉬연구회 단체 기념촬영 모습

* [기존 치료용 방사선과 FLASH 방사선의 차이]    

구 분

방사선조사량

치료시간

비고(치료용 방사선 장비)

기존 치료용 방사선

2Gy/1

10~ 20

선형가속기

FLASH 방사선

40Gy/1(1,200)

1

 

 (기준 : 1회 치료)

 

* [용어 설명]

FLASH : 고강도 방사선을 순간적으로 조사하는 기술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조사해도 정상조직은 거의 피해가 없는 반면, 암 조직은 사멸한다. 이러한 효과를 FLASH 효과라고 한다.

펄스전원장치 : 일반적인 직류(DC)나 교류(AC)형태가 아닌 짧은 시간동안에 순간적으로 고전압 및 고전류를 공급하는 장치로써, 순간전력은 수 MW이상이나, 평균전력은 수 KW에 해당하는 장치이다. 

전자선 산란장치 : 가속기에서 발생되는 펜슬빔(pencil beam) 형태의 전자선, 즉 가는 빔 형태의 전자선을 산란호일(scattering foil)을 이용해 넓고 균일하게 퍼트리는 장치이다. 보통 듀얼호일(dual foil)로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우에 따라 싱글 혹은 다수의 호일 형태로 구성된다.

라디오크로믹 필름 측정법 : 방사선 조사량에 따라 색이 변하는 필름을 이용한 측정법으로 보통 Gafchromic EBT 필름을 이용한다. 방사선 조사량이 많아질수록 색이 짙어지며, 방사선이 조사된 필름을 스캔하여 얻은 픽셀 값을 선량 값으로 환산한다.

전자가속관 : 전자가속기의 핵심 부품중 하나로 전자를 가속시키는 도파관을 말한다. 복잡한 제작 공정으로 인해 성능편차가 커서 실용화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관련 인터뷰

FLASH 방사선치료란?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영화 속 주인공들은 '포스'라는 초능력을 사용한다. 영화 속 포스는 앞날을 예지하는 밝은 면이 있는 반면, 자신을 점차 타락시키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포스의 어두운 면처럼 방사선은 후쿠시마 사태와 라돈침대 등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충분히 우리의 건강을 윤택하게 하는 좋은 면들도 있다. 바로 방사선 치료처럼 말이다. 

방사선 치료는 고 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치료 방법으로, 그 목적은 정상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암조직에 높은 양의 방사선을 주입하는 것이다.

방사선 치료의 목적에서 알 수 있듯이, 방사선은 암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조직에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

즉, 방사선의 경로에 있는 모든 뼈나 장기들이 방사선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점은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작용한다.

FLASH 방사선치료는 이러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료기술이다. 

여기서 'FLASH'는 어떠한 단어들의 줄임말이 아니며 'FLASH'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로 사용된다.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는 수분 혹은 수십 분에 걸쳐서 암을 죽이는데, 이 과정에서 당연 정상조직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FLASH 방사선치료에서는 일반적인 방사선치료와 달리 1초안에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서 많은 양의 방사선을 주입하게 된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줬는데, 정상조직은 거의 피해가 없는 반면, 암조직은 사멸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를 FLASH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FLASH 효과의 생물학적 매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FLASH 연구용 가속기를 보유한 미국 및 유럽 몇몇 기관들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방사선치료기와 가속기는 어떤 관계인가?

 방사선치료기는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장치이며, 세기가 높은 방사선을 만들기 위해 가속기를 사용한다. 가속기에서 발생한 전자빔으로 엑스선을 만들고, 다시 적절한 크기로 만들어서 환자에 주입된다. 이것이 엑스선 치료이다.

엑스선 치료는 몸속 깊은 곳의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이때 가속기의 전자선을 넓게 퍼트리고 또한 적절한 크기로 만들어 환자에 주입하게 되면, 전자선 치료가 된다. 전자선 치료는 피부암과 같이 피부에 암이 있을 때 주로 사용한다. 

방사선치료기에서 가속기는 초기의 빔을 생성하는 데 필수 장치이며, 빔을 환자에 주입하기 위한 보조 장치들과 합해져서 하나의 방사선치료기가 구성된다.

전형적인 방사선치료기에는 소형의 전자가속기가 내장돼 있고, 치료기 전체는 병원의 작은 방을 차지할 정도로 작다. 국내에서도 160여대의 방사선치료기가 운영 중에 있다.

FLASH 방사선 연구의 실용화 방향은?

FLASH 방사선의 효과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점차 명확해지고 있으나, 그 생물학적 기전의 연구는 앞으로 해결할 중요한 과제이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생물학적 기전이 밝혀지고 암환자 치료에 이득이 분명해지면 인체 치료용 기기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는 마우스와 같은 작은 실험 동물에 주입할 수 있는 작은 빔을 강한 세기로 구현한 정도이므로, 인체의 치료에 필요한 강한 세기의 넓은 빔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사용되는 가속기의 빔이 수백 배 높아야 하므로,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많다.

최근 물리공학 분야에서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는 FLASH 방사선치료기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는 FLASH 연구용 전용 가속기를 구축하고, 중간단계의 실용화로 반려동물의 암치료에 활용하고자 한다.

국내 반려동물에 대한 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연구는 초기 단계이며, 반려동물의 증가 및 동물병원의 관심이 높아 향후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금보다 약 50% 에너지를 높이는 경우에 투과력이 증가해 반려동물 몸체 크기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2023년 신설 예정인 실용화 연구센터(제2연구동) 구축과 함께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다분야 연구팀을 구성한 동기는?

FLASH 빔의 효능 실험을 위해서는 우선 FLASH 빔이 발생하는 물리분야 가속기가 필요하고 또한 세포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진과 장비가 필요하다.

실험 결과는 궁극적으로 암환자 치료의 효능 증대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의사(의료진)의 판단과 해석도 필요하다. 

따라서 물리, 생물, 임상의사가 하나의 팀으로 구성돼야 양질의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해당 연구팀을 보유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어 가능했다.

이러한 연구분야는 하나의 전문분야에 특화된 연구소나 대학에서 구성하기 어려운 면이 많아 유관 기관들 간 협업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지만, 원자력의학원(본원_한국원자력의학원, 분원_동남권원자력의학원) 만큼, 효율적인 협업은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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