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 함께… ‘다재다능’한 일산화탄소 저렴한 생산 기대

왼쪽부터 강석태 카이스트 교수, 권영국 유니스트 교수,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
왼쪽부터 강석태 카이스트 교수, 권영국 유니스트 교수,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

(울산=국제뉴스) 신석민 기자 =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CO2)를 일산화탄소(CO)로 바꾸는 주석 (Sn) 촉매가 국내 과학기술원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는 주석 촉매가 일산화탄소 생산에 불리하다는 50년 넘는 중론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연구는 연료, 플라스틱, 세제 및 접착제 제조 등에 폭넓게 쓰이는 일산화탄소를 값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방법으로 기대된다.

울산에 위치한 연구중심 특수대학인 UNIST(울산과학기술원)은 에너지화학공학과의 권영국 교수팀이 KAIST 강석태·김형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저렴한 주석과 탄소 지지체 기반의 ‘일체형’ 촉매(전극)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촉매는 일산화탄소만 골라서 만들 수 있는 반응선택성이 매우 높아 일산화탄소 생산 효율이 기존 주석 촉매의 100배 이상이다. 또 전기장을 활용해 반응 선택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 학술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주석(Sn)은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금, 은 기반 촉매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석을 이산화탄소 변환 반응에 쓰면 일산화탄소보다 포름산(formic acid)이 더 많이 생긴다. 일산화탄소를 만드는 반응 선택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ACS Energy Letters’ 속 표지.
‘ACS Energy Letters’ 속 표지.

공동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를 함께 써 주석으로 일산화탄소만 골라 만들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나노(nm, 10-9) 미터 크기의 주석 입자가 탄소나노튜브 표면에 붙으면 전기장의 변화로 일산화탄소가 생기는 반응이 촉진된다. 주석 입자 주변의 전기장 변화로 반응물인 이산화탄소가 주석 입자 표면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이다.

반면 포름산을 만드는 반응은 탄소나노튜브가 유발하는 전기장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포름산 생성 반응과 일산화탄소 생성 반응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개발된 촉매를 쓰면 일산화탄소는 많이 만들고 포름산 생성은 억제 할 수 있다.

권영국 교수는 “주석 촉매는 포름산 생성을 촉진한다는 것이 50년 이상 된 중론이었는데, 전극 전기장을 조절해 이러한 상식을 뒤집었다”며 “이산화탄소 변환 반응 촉매 디자인에 전기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최초로 증명한 연구라 뜻깊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지지체 일체형 촉매는 마치 도자기를 만들 듯 굽는 방식 방식으로 쉽게 제조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 주석 나노입자, 고분자로 이뤄진 반액체 상태(Sol, 졸) 혼합물을 가운데가 빈 원통(중공사 구조) 형태의 전극으로 만든 뒤 이를 고온에서 굳히는(소결)방식이다.

가운데가 뚫려 있는 구조라 반응물인 이산화탄소 기체의 확산이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 주석입자와 지지체인 탄소나노튜브가 소결 반응으로 단단히 결합돼있어 주석이 전극 표면에서 벗겨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론계산을 통해 주석 기반 촉매에서 개미산이 아닌 일산화탄소가 생성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계산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가 주석 표면의 전자밀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밀도가 높아져 이산화탄소가 주석 표면에 잘 흡착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또한 주석 표면에 형성된 전기장은 흡착된 이산화탄소가 전환되어 일산화탄소가 생성되는 반응을 촉진하지만, 전기장에 민감하지 않은 포름산의 생성은 억제된다.

이번 연구는 재료공학·전기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ACS Energy Letters’ 속표지논문(inside cover)로 선정돼 9월 11일에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 (NCUP)과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