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보다 50년 뒤진‘나다움어린이책’논란, 한국 성인지감수성 현주소
권인숙 의원, 국제 표준 반영한 성교육 체계 구축 필요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국회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국회의원(비례대표)

(서울=국제뉴스) 김서중 기자 =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최근 일부 야당 의원 및 보수 언론단체에서 제기하는 ‘나다움 어린이책’ 논란이 성교육 수준의 퇴행을 불러오고 있다고 밝혔다.

성교육의 시작은 정확한 성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들의 왜곡된 인식과 주장으로 학교를 통한 올바른 성교육 기회가 차단되고, 성폭력 예방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인숙 의원은 17일(목)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나다움 어린이책’이 조기성애화나 동성애 등을 미화ㆍ조장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유·초등생이 접근하기 쉬운 매체를 통해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문제로 지적된 책(7종)들은 아동청소년문학가, 초등교사 등 전문가 자문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정되었으며, 이미 여러 국가에서 성교육 교재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해당 책과 저자들은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적 권위를 갖는 기관들로부터 우수도서ㆍ우수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미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성관계와 임신·출산 과정을 사실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고, 이를 반영한 책들을 학교나 부모들이 성교육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나다움 책’ 논란으로 인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우리 성교육이 초보적 수준의 생물학적 지식 전달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보다 나은 성교육을 위해 노력해 온 성교육 현장의 활동들이 평가절하되고, 퇴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N번방’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청소년들은 이미 성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성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관대하다고 지적함. 보수적인 잣대로 50년 전 유럽에서 출판된 성교육 그림책을 비판하면서, 세계 최대 아동 성ㆍ착취물 공유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처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형적 상황이 우리 사회 성인지감수성의 현주소이다.

성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 인권ㆍ성평등적 가치를 담고 있는 성교육이 시급하며 생명과 인권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무책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시작되기 전, 이른 나이에 구체적인 내용으로 성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호기심이나 충동으로 인한 성적 행동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함께 <국제 성교육 가이드>를 발간하고 각국에 포괄적 성교육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의 2015년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개편 요구가 계속되어왔고, UN자유권위원회도 성소수자 인권문제 등을 <성교육 표준안>에 포함하도록 시정 권고한 바 있다. 유네스코의 2018년 성교육 가이드 개정판에는 최근 디지털성범죄에 대응하여 △젠더기반 폭력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정보통신기술의 안전한 사용 등의 내용이 보완되었으며 이 같은 국제 표준에 기반한 성교육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나다움 어린이책’ 논란 및 회수 결정으로, 보다 나은 성교육을 위해 노력해온 현장의 활동들이 평가절하되고 퇴행될 우려가 큼. 오히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 성교육 현실을 돌아보고, 올바른 성교육 체계 구축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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