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민족정기 서린 임청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경북 안동, 369명의 독립 운동가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국제뉴스) 김용구 기자 =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제국의 패망으로 75년 전인 1945년 8월15일 해방되며, 국권을 회복하고 1948년 8월15일 수립됐다.

이에, 정부는 8월15일을 5대 국경일 중 하나인 광복절로 기념하며,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올해는 대체 공휴일이 8월17일로 지정, 연휴가 길어졌다.

500년 민족정기 서린 임청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사진=안동시)
500년 민족정기 서린 임청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사진=안동시)

▲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공간 ‘임청각’

영남산 기슭에 비탈진 경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기단을 쌓아 지어진 전통한옥 ‘임청각’이 있다.

조선시대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이 1519년에 지은 고성이씨 종택이다.

임청각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등동고이서소 登東皐以舒嘯 임청류이부시 臨淸流而賦詩)'는 시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집은 조선시대에 왕이 아닌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인 99칸으로, 현존하는 살림집 중 가장 크고 오래됐으며, 대한민국 보물 제182호로 지정됐다.

임청각과 군자정 현판은 퇴계 이황이 썼다고 전해진다.

이 고택은 500년의 민족정기를 이어나가 독립유공자 11명을 배출하며,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의 밑거름이 됐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개인의 안위를 챙기기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의 상징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 조국 독립에 바쳐진 석주 이상룡(1858∼1932)의 생애

석주 이상룡은 1858년 임청각에서 출생했다.

유학자로서 협동학교를 세워 애국계몽운동과 의병운동에 힘쓰던 이상룡은 1910년 8월 일제가 강제적으로 한일합병을 감행하자, 1911년 1월 당시 54세에 50여명의 가솔과 함께 전 재산을 챙겨 서간도로 망명했다.

그는 "공자·맹자는 시렁 위에 두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사당에 모셔진 조상 신주를 땅에 묻고, 안동 최초로 노비문서도 불태웠다.

만주에서 무장독립투쟁을 준비하면서 자금이 부족하자 아들을 다시 안동으로 보내 임청각을 팔아 군자금으로 보탰다.(이후 문중에서는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마련해 임청각을 되샀다)

또 서간도 지역에 항일 독립운동단체 경학사를 만들고, 독립군 양성학교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하며, 독립정신을 일깨웠다.

1924년 임시정부 이승만 대통령이 탄핵되고 2대 대통령으로 추대된 박은식이 국무령제로 바꾼 뒤 1925년 초대 국무령에 이상룡을 추천해 당선시켰다.

하지만, 분열된 독립운동계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간도로 가서 무장항일투쟁에 심혈을 기울였다.

석주 이상룡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독립전쟁에 열정을 바친 숭고한 삶을 살았지만,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32년 5월 길림성 서란현에서 74세에 순국했다.

▲ 독립운동가 11명 배출한 석주 일가, 여성독립운동가의 투쟁사도 재조명

석주 일가는 이상룡을 비롯해 부인 김우락, 동생 이봉희, 아들 이준형, 조카 이광민, 손자 이병화, 손자며느리 허은 등 3대를 거쳐 모두 11명의 독립운동 서훈자를 배출했다.

여기에는 여성독립운동가 2명이 포함돼 있다.

2019년 3·1절에 석주 이상룡의 부인 김우락 여사가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되며, 11번째 임청각 출신 독립유공자가 됐다.

또, 석주의 손자며느리 허은 지사 역시, 만주에서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노력한 공적이 인정돼 2018년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허 지사는 해방 후에도 독립투쟁의 후유증으로 슬하의 4남1녀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고, 남은 아들과 외동딸은 고아원에 보냈다.

또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통해 여성의 입장에서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한 이야기를 생생히 담아 남겼다.

이들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독립군들에 식사를 제공하고, 군복을 만드는 등 독립군의 의식주를 고루 챙기며 항쟁의 역사에 맞서 몸소 버팀목이 된 것이 결국 공적으로 인정됐다.

특히, 석주 이상룡 선생의 며느리인 이중숙 여사의 독립유공자 추서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63년 경북 안동 임청각 전경(출처 허주 이종악 '산수유첩'... 군자불기의 '임청각')
1763년 경북 안동 임청각 전경(출처 허주 이종악 '산수유첩'... 군자불기의 '임청각')

▲ 독립운동의 산실 안동에서 즐기는 역사탐방여행 추천

석주 선생은 문재인 대통령도 각별한 관심을 가진 독립운동가다.

2017년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임청각을 언급하며,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또 2019년 역사박물관과 KBS가 함께 만든 '나의 독립 영웅' 방송 석주 이상룡 선생 편에 직접 출연했으며, "석주 이상룡 선생의 뜻을 이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친필 글씨도 남겼다.

이러한 붐을 타고 임청각의 역사와 석주의 숭고한 정신을 느껴보려는 역사문화탐방 목적 관광객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옥 숙박체험도 가능해 하룻밤 머물며, 독립운동의 유산을 찬찬히 음미해볼만 하다.

특히, 일제가 놓은 철길로 99칸의 집이 반 토막 난 임청각은 2025년까지 예산 280억원을 투입, 일제강점기(1941년) 중앙선 철로가 놓이기 이전의 옛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18세기 허주유고를 고증 자료로 활용한다.

안동에는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독립운동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다양한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독립관과 의열관의 상설 전시관을 갖추고 있으며, 특별 기획전도 열리고 있다.

또한, 신흥무관학교 독립전쟁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어, GPR 시스템 서바이벌, 페인트볼 서바이벌, 활쏘기, 사격 체험을 통해 독립전쟁의 현장을 체험해볼 수 있다.

한편, 오는 8월15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는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유족을 모시고 경축행사가 개최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임청각에서는 광복절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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