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강좌, 7080 공연 등 문화 공간 리모델링...9월 개관

(사진제공=고양시)  1980년 옛 '화사랑' 모습
(사진제공=고양시) 1980년 옛 '화사랑' 모습

(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1980년대 암울했던 정치·사회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의 감성을 채워준 공간이 복원된다.

28일 경기 고양시에 따르면 4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경의선 백마역 따라 이어진 철길에 있는 당시 카페 ‘화사랑’을 리모델링해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화사랑’은 1980년대에 20대 청년들의 감성이 녹아있는 곳으로 현재의 중·장년층이라면 한 번쯤 찾아봤을 법한 최고의 명소였다.

시는 지난 1월 이곳의 시대적 상징성을 보존하기 위해 ‘화사랑’에서 이름을 바꾼 일산 백마역 근처 애니골 ‘숲속의 섬’ 건물을 매입하고 주민과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 개관은 오는 9월 예정돼 있다.

2016년 영업을 중단했지만 현재도 이 곳 내부에는 턴테이블, 레코드, 방명록과 같은 수십 년 전의 소품과 흔적이 남아있다.

‘화사랑’은 1979년 한 젊은 화가가 백마역 근처에 연 화실에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자 주변에서 ‘주점을 내 보라’는 권유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화사랑’의 영업이 잘되자 입소문이 나면서 주변에 크고 작은 카페 200여 개가 잇따라 생겨나며 일대는 ‘백마 카페 촌’으로 형성됐다.

이 카페 촌에는 신촌 소재 대학생들과 음악인, 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청춘과 낭만의 거리로 경의선이라는 교외선을 타고 근교를 찾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가 됐다.

기형도‧김소진 등의 문인과 강산에‧윤도현 등의 가수가 이곳을 자주 찾았으며 유인촌‧황신혜가 출연한 드라마 ‘첫사랑’의 촬영지로서 각광을 받기도 했다.

1991년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며 '화사랑'을 제외한 카페들은 모두 없어졌고 이 일대는 일산의 대표 먹 거리 촌 ‘애니골’로 부활했다. 하지만 ‘화사랑’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고 그 명맥만 이어졌다.

(사진제공=고양시)  28일 이재준 시장과 우상호 국회의원 등이 옛'화사랑'에 모여 그 당시를 회상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양시) 28일 이재준 시장과 우상호 국회의원 등이 옛'화사랑'에 모여 그 당시를 회상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당시 ‘화사랑’의 인기 비결은 경의선 ‘백마역’의 정취가 큰 몫을 했다. 신촌에서 교외선 기차를 타고 내려 20분 간 기찻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자연과 낭만을 함께 담기에 충분했다.

시는 경의선과 연계해 이 공간에 담긴 추억과 레트로 감성을 최대한 살려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7080 라이브 공연, 숲속 인문학 강좌, 중년시민대학 등 주민을 위한 알찬 프로그램과 함께 당시 ‘화사랑’을 채웠던 문학‧음악동호회처럼 아마추어 동아리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화사랑’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던 대학교 문학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문화콘텐츠를 낳는 산실로 활용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당시의 젊은 감성을 자극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각종 드라마‧영화 촬영에도 적극 지원해 옛 명성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을 앞두고 28일 ‘화사랑’ 현장에는 1980년대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나이대인 1960년생인 이재준 시장과 1962년생인 우상호 국회의원 등이 이곳을 찾았다.

또 연세문학회 출신 인사들과 연극인‧문인‧주민대표 등 각계각층 인사 10여 명이 모여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재준 시장은 “백마역을 비롯한 경의선 축은 무한한 잠재력을 안고 있다. 그 대표 공간이 ‘화사랑’으로 순수 문화공간이 부족했던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쉼터가 젊은 층에게는 레트로 감성이 있는 포토존이 될 것”이라며“40여 년 전 젊은 청춘들이 신촌에서 한 시간 걸려 기차를 타고 ‘화사랑’을 찾았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일산과 경의선의 문화를 일으켜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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