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허가 취소로 생산이 중단된 PPC주사인 대한뉴팜 '리피씨주'와 진양제약 '리포빈주'가 여전히 일부 병ㆍ의원에서 '살 빼는 주사'로 사용되고 있어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리피씨주'와 '리포빈주'는 그간 허가사항과 다르게 '살 빼는 주사'로 쓰여 부작용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던 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 경변에 의한 간성혼수 보조제'로 효능효과를 인정받은 '리피씨주'와 '리포빈주'는 지난해 10월 25일 재심사 평가자료 미제출로 허가가 취소됐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리피씨주'와 '리포빈주'의 성분인 PPC(phosphatidyl cholineㆍ포스파티딜콜린)는 콩에서 추출한 인지질의 한 종류로 지방분해에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피하지방에 직접 주사하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의학정보제공업체인 웹엠디(WedMD)는 PPC를 비만 치료제로 사용한 뒤 염증, 부기, 발적, 가려움, 발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PPC주사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비만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적발될 경우 1개월의 의료인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PPC주사를 허가받지 않은 '비만 치료용'으로 홍보하거나 상담하면 허위ㆍ과대광고로도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PPC주사인 '리피씨주'와 '리포빈주'는 지난해 가을 생산이 중단됐음에도 일부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비만 치료 환자를 모집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홍제, 동대문, 화곡, 서초, 잠실 등 5개 지점을 두고 있는 R피부과는 화곡점에서만 PPC주사를 사용하고 있다. 이 피부과에서 사용 중인 주사제도 진양제약 '리포빈주'다.공식 홈페이지에 PPC주사를 홍보하고 있는 B성형외과는 신촌이대점과 신림점을 제외한 청담점과 미아점에서 진양제약 '리포빈주'로 비만 치료를 하고 있다.

이 의료기관들은 "'리포빈주'와 '리피씨주'는 제조사가 다를 뿐, 콩 추출물로 이뤄져 있어 성분은 같다"며 환자에게 PPC주사를 시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B성형외과 청담점은 "지금 쓰는 주사제는 지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리포빈주'를 쓰다가 '리피씨주'를 쓰기도 한다. 비용은 1회 10만원"이라며 "PPC주사보다 효과 좋은 시술법들이 많아 PPC주사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에 들어가자 이 상담직원은 "공식 홈페이지에 PPC주사 정보가 올라와 있어 일단 문의가 들어오면 PPC주사가 절대적인 건 아니기 때문에 내원해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지금 시술하고 있지 않다"고 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 R피부과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비만주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R피부과 홈페이지 캡처) 박소라 기자 imsorapark@newsishealth.com

대표전화로 문의할 때 PPC주사로 사용 중인 '리포빈주' 물량이 충분하다고 밝힌 R피부과 화곡점은 취재기자에게 입장을 번복했다.

R피부과 전 지점 총괄관리 담당자는 "직원이 잘 몰라서 아직도 PPC주사를 하고 있다고 안내한 것"이라며 "'리포빈주'와 '리피씨주'가 허가 취소된 뒤 PPC주사 시술을 중단했고, 약품을 추가로 구매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만 치료용으로 PPC주사 외에도 HPL, 지방분해주사, 걸그룹주사 등 다양한 시술법이 존재하며 제조할 때 PPC주사제가 쓰이고 있다. 특히 '리피씨주'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PC주사로 비만 치료 중인 A의원 강북유수점은 "환자가 예약하면 필요한 수만큼 '리피씨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 지점으로 이뤄진 A의원은 마포를 제외한 인천연수, 강북수유, 광진군자, 수원영통 등 4개 지점에서 PPC를 시술하고 있다.

A의원 광진군자점은 진양제약 '리포빈주'를 쓰고 있으며 인천연수점, 강북유수점, 수원영통점은 대한뉴팜 '리피씨주'를 사용하고 있다.

▲ A의원 전 지점 대표 홈페이지에 소개된 PPC주사 (사진=A의원 홈페이지 캡처) 박소라 기자 imsorapark@newsishealth.com

경기도의 한 클리닉 원장은 "진양제약 '리포빈주'는 생산이 중단돼 공급되지 않고 있어 대한뉴팜 '리피씨주'만 구매하고 있다"며 "주문은 도매상에게 하고, 물품을 받을 때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서 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뉴팜 홍보 담당자는 "회사에서는 '리피씨주'가 허가 취소된 뒤부터 판매하지 않고 있다"며 "도매업체에서 재고를 넘기고 있을 수 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경로로 납품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PPC주사인 '리포빈주'의 제조사인 진양제약은 현재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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