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 효능 입증할 메커니즘 규명 어려워"

(서울=국제뉴스) 박소라 기자 = 정부로부터 14년간 1조원에 달하는 연구비용을 받아온 천연물신약이 잇따른 임상시험 실패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22일 제약계에 따르면 천연물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만드는 천연물신약은 난치성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어 효능효과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녹십자 계열사인 녹십자HS는 지난 2011년 천연물신약 4호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 캡슐'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가운데 현재 위염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천연물신약은 한약재나 한약 처방의 효능을 활용해 개발되므로 임상을 통한 성분 분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녹십자 홍보 담당자는 "치료제에 들어가는 천연물은 합성화합물과 달리 복잡한 화학식을 가지고 있어 효과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식약처로부터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을 허가받은 뒤 유럽에서 천식 치료제 임상 1상을 추진 중인 SK케미칼도 메커니즘 규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합성화합물은 체내 호르몬이나 효소 등과 결합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이 있지만, 천연물은 여러 물질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약효 입증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치매와 천식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임상시험 실패로 천연물신약 연구에 발목이 묶인 환인제약 역시 유효성 확보가 어려운 점을 난관으로 꼽았다.

환인제약 전략기획 담당자는 "천연물신약은 임상시험에서 화합물을 대조약으로 써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점이 있는 안전성과 달리 유효성은 밝혀내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패혈증과 패혈증성 쇼크, 지방간 치료제 개발에 한창인 휴온스는 천연물신약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임상 1상을 마친 패혈증과 패혈증성 쇼크 치료에 대해서는 충북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가 공동 연구 중이며, 임상 2상을 완료한 지방간 치료는 서울시과제 및 충북산연관협혁과제를 통해 이뤄졌다.

휴온스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천연물신약 개발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더 좋고 안전한 약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녹십자HS, SK케미칼, 휴온스, 환인제약 로고

한편 천연물신약은 정부의 막대한 투자에도 거듭된 개발 실패와 발암물질 검출 등의 이유로 연구 투자 대비 성과가 없다는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발암물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검출돼 논란을 비켜 가지 못했다. 당국과 해당 제약사들은 "탄 고기나 사과에 묻어 있는 정도의 극소량이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안전성 의혹을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식약처와 일본 식품분석센터가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이 검출된 천연물신약은 동아제약 '스티렌정'과 '모티리톤정', 녹십자 '신바로 캡슐', 한국PMG제약 '레일라정', SK케미칼 '조인스정',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 등 6개 품목에서 2년 연속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또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벤조피렌은 인체에 축적되면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으며, 포름알데히드는 30ppm 농도에서 1분간 노출되면 기억력 상실과 정신집중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100ppm 이상일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pm은 100만분의 1, ppb는 10억분의 1단위로 식약처가 정한 식품별 기준규격에 의하면 벤조피렌 기준은 가공식품 1~5ppb 이하, 수산물 2~10ppb 이하다.

천연물신약 6개의 최대 벤조피렌 검출량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스티렌정 16.1ppb, 16.09ppb ▲모티리톤정 0.7ppb, 0.3ppb ▲조인스정 4.1ppb, 3.9ppb ▲레일라정 0.8ppb, 3.7ppb ▲신바로캡슐 0.3ppb, 0.462ppb ▲시네츄라시럽 0ppb, 0.11ppb이다.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스티렌정 2.5ppm, 0.178ppm ▲모티리톤정 0ppm, 0.446ppm ▲조인스정 8.1ppm, 9.5ppm ▲레일라정 6.8ppm, 4.72ppm ▲신바로캡슐 15.3ppm, 12.81ppm ▲시네츄라시럽 1.8ppm, 2.2ppm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들이 14년간 천연물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1조원 투자로 1억원 수입을 내는 데다 일부 제품에서 미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어 안전성ㆍ유효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연구 역량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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