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뉴스) 정세량 기자 = 1989년 3월. 소설가 황석영은 북한에서 열린 남북작가회담에 참가했다.

김일성 주석과도 수차례 면담을 한 황석영은 무엇보다 평범한 북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 국민은 북한 사람의 머리에는 뿔이 달렸다고 믿었고 밤마다 '자아비판'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낸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책은 제목처럼 북한 역시 사람 사는 곳이고 그곳 사람 역시 우리와 다름없는 '머리에 뿔 없는'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일러줬다.

◆'존재감' 없는 전북

2014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대한민국에서 전북의 존재는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전북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공업화에 소외되면서 점점 대한민국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전북의 푸대접은 극에 달하고 있다. 장관 한명 없는 것은 고사하고 차관마저 드물다. 주요 공기업에도 전북출신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도 ‘실세’ 전북사람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분명 전북에도 ‘머리에 뿔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말이다.

정부의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에 대해 누구하나 큰소리로 꾸짖는 사람이 없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충청도가 제기한 헌법재판소원으로 전북은 총선 선거구 한 석을 빼앗길 수도 있는데 대책을 세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2013년 광주시장이 '광주 군공항을 군산공군으로 옮기자'는 속셈이 드러났지만, 어느 정치인 하나 일언반구를 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에서도 치이고, 지방정부간 경쟁에서도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있는 전북. 자꾸만 ‘외딴 섬’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과연 전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지 타 지역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 '정치적 균형' 선택해야

전북이 대한민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는 민주당 일당독재에서 벗어나, 새누리당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고 ‘균형과 견제의 묘’를 살리는 것이다.

마치 지금 전북은 ‘청나라가 중원의 패권을 장악하며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제적 정세를 보지 못하고 사대주의에 빠져 명나라와의 사대만 강조하는 조선 명분론자들’을 보는 듯 하다.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분명 상위개념에 존재하고 있다. 정치에 의해 ‘자원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전북은 한쪽 다리 밖에 없다. 30여년간 그렇게 살았다.

전남광주는 새누리당 실세 정치인 ‘이정현’을 선택했다. 새누리당과 광주광역시, 전남도는 ‘2015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국비를 대폭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광주가 한국사회의 섬이 아닌 열린 광주가 되겠다"고 했다.

전북도도 새누리당 인사를 공직에 적극 끌어들여 정부와 소통의 통로를 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변화 없이 시혜만을 기대할 순 없다. 곧 다가올 총선에서도 ‘경쟁력 있는 새누리당 인사’에 대한 정략적 선택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 공직사회 역동성 중요

전북에서 ‘관공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민간영역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북발전에 ‘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자치단체를 둘러보면 선거에서 승리한 캠프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있고, 이로 인해 공직사회에 줄서기가 만연되고 있다.

새로움과 혁신, 창조적 정책은 시들시들해지고 선거와 조직에 도움이 되는 선심성 정책이 결재판에 올라간다. 그들은 잘사는 전북 보다 ‘튼튼한 선거조직’에 더 관심이 크다.

민선6기가 출범했지만, 이러한 관행은 여전하다. 다양성은 사라지고 ‘동일한 코드’만 찾는다. 그래서 경쟁보다는 줄서기가 편하다.

1300년의 긴 시간을 보면 전북은 백제와 조선의 중심이었다. 다만 최근 40여년간 변방으로 낙오됐을 뿐이다. 이제 전북도 정치적 균형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역동성이 필요하다.  전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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