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29일 서울 도곡동 율하우스에서 개최된 더하우스콘서트에서 4인조 색소폰 그룹 에스윗(S.WITH)이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하우스콘서트) 국윤진 기자 kookpang0510@hanmail.net
(서울=국제뉴스) 국윤진 기자 = 지난 11월29일 서울 도곡동 앨범 제작실 율하우스에서 열린 더하우스콘서트(THE HOUSE CONCERT). 12년 전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집에 모여 음악을 교류했던 작은 행사가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콘서트가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개최돼 벌써 420회를 넘어섰다.

이날 주인공은 4인조 색소폰 그룹 에스윗(S.WITH). 동요 '반짝 반짝 작은 별'로 많이 알려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을 편곡해 연주하자 방석을 깔고 편하게 음악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각기 다른 색소폰 소리가 중후하면서도 명쾌한 선율을 오가며 흩날린다. 공연장 안은 이미 크리스마스다.

눈이 번쩍 뜨이는 훈훈한 외모에 금빛 색소폰을 메고 달콤한 연주를 건네는 에스윗은 소프라노 색소폰을 맡고 있는 리더 여요한(27), 알토 색소폰의 막내 김수룡(24), 테너 색소폰을 맡고 있는 최영헌(26), 바리톤 색소폰의 장원진(26)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도 3년에 2명 뽑을 정도로 정원이 많지 않은 색소폰학과 동문이다.

강원, 경남 등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은 가녀린 감성을 지닌 미소년처럼 보이지만, 한국음악협회, 시ㆍ도 대회 등 각종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학과 선배들과 간간이 다녔던 연주가 즐거워 본격적으로 팀을 꾸리기로 한 에스윗은 육ㆍ해군악대에 동반 입대할 정도로 팀워크가 뛰어나다. 그러나 팀 이름을 짓는 데는 신중을 거듭한 끝에 1년이 걸렸다.

"색소폰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색소폰과 함께(With Saxophone)'라는 말을 줄인 'S.WITH(에스윗)'으로 지었어요. 처음에는 '에스위드'라고 발음했는데, 부드러운 감성으로 유명한 그룹 '스윗소로우'를 떠올리고 바꿨죠. 클래식계의 '스위트(Sweet)'한 색소폰 그룹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에스윗은 축가나 배경음악으로 공연하기보다는 찾아가는 음악회나 병원 봉사활동 등 관객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대병원 암센터에서 연주했을 때 앞에서 환호해줬던 환자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이셨어요. 그런데도 저희 공연을 즐겁게 봐주셨던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들른 강남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뻤어요."

▲ 에스윗(S.WITH) 프로필 사진. (사진제공=(주)뉴아더스) 국윤진 기자 kookpang0510@hanmail.net
에스윗은 공연 중 곡에 대한 설명과 후일담, 자신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관객들에게 직접 질문을 받기도 한다.

앙코르 공연 후 한 30대 남성 관객이 "어떤 것이 아저씨들이 부는 색소폰이냐"며 물어왔다. 색소폰은 흑인이나 아저씨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런지 미소년들의 연주가 더 색다르게 느껴진다.

잠시 뒤 4개 색소폰의 특징과 소리를 비교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최영헌 연주자는 중후한 음색을 내는 테너 색소폰으로 구성진 트로트를, 장원진 연주자는 제일 낮고 울림 있는 소리가 특징인 바리톤 색소폰으로 영화 '미션 임파서블' OST를 연주하며 공연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 OST '문리버(Moon River)'부터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조용필 '단발머리'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에스윗은 클래식 색소폰을 전공했다. 고전음악을 공부하고 악보에 충실해야 하는 소위 '범생이' 연주자가 아니라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연구하고 연습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응이 좋은 이유다.

"10년 가까이 클래식 음악을 해서 그런지 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그에 비해 대중음악은 관객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면이 있지만,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클래식도 꾸준히 연주하고 있습니다."

보통 개인으로 활동하는 다른 색소폰 연주자들과는 다르게 에스윗은 팀으로 활동 중이다. 색소폰 연주팀이 결성되더라도 대개는 멤버 사정이나 시기 등이 맞지 않아 팀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

"색소폰 공연이 돈벌이가 안 되고, 유학이나 악기 구매 등 멤버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팀으로 오래 활동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팀을 만들어 활동한 지난 1년간 싸운 적이 한 번도 없고, 카페 가서 대화하는 걸 좋아할 만큼 서로 성격이 잘 맞아요. 군대도 같이 갔다 온 것처럼 멤버들과 계속 함께할 겁니다."

오는 19일 중국 톈진(天津) 한인회 송년음악회를 비롯해 경희의료원 자선 공연, 30일 서울대학교 연주회, 내달 2일 홍대 롤링홀 첫 단독 콘서트 등으로 연말연시를 보낼 계획인 에스윗은 세상과 소통하며 고정관념에 도전해 나가려 한다.

"클래식을 하면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그걸 깨고 싶어요. 조수미나 박지성, 김연아 등 우리나라에서 최고인 사람들이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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