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서울 대치동 참존빌딩에서 만난 참존 김광석 회장이 '청개구리 정신'을 설명하고 있다.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shealth.com

람보르기니, 벤틀리, 아우디 등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전시돼 있는 서울 대치동 참존 빌딩. 이 건물 5층 사무실 한 칸은 트로피와 상장 등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50년 동안의 땀과 노력이 묻어있는 공간이다.

"참존이 벌써 서른 살이 됐냐고 하는데, 아직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지난 30년을 발판 삼아 새로운 30년을 만들어야죠."

지난 2일 뉴시스헬스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화장품 브랜드 참존의 김광석(金光石ㆍ76) 회장을 만났다. 7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얼굴은 반질반질 윤이 났다.

김 회장은 "6년 뒤인 202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샘플만 써 봐도 알아요"라는 문구로 대표되는 참존은 최근 중국에서 명품(名品)으로 손꼽히며 신화를 일으키고 있다.

1994년 중국 진출 후 지난해 10월 남방항공, 해남항공 등 중국 4대 항공사 기내면세품에 입점하며 올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한 참존은 중국 고위층 부인들도 애용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이 같은 대박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 1992년 일본 정부 후생성으로부터 한국 화장품 최초로 판매허가를 취득, 철저히 선별된 제품만 들어갈 수 있다는 일본 TV 홈쇼핑 'QVC'에서 올해로 3년 연속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부문 베스트셀러(Best Seller)상을 받았다. 그는 오는 15일 시상을 위해 출국한다.

김 회장은 그동안 받았던 QVC 베스트셀러상 메달을 보여주며 "유명 일본 화장품들을 제치고 올해도 상을 받게 됐네요. 일본 소비자들이 저를 하도 보고 싶다고 해서 이번에는 시상에 직접 출연하러 일본에 갈 예정입니다"라고 웃었다.

지난 10월 요르단의 누메이라사와 협업한 데 이어 우즈베키스탄, 홍콩 등 아시아 굴지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는 현지 생산은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원주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며 관리해야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의 참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개발되는 모든 제품을 직접 써보고 마음에 들 때까지 연구와 개발을 거듭하는 김 회장의 철학은 참존을 성공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바로 남과 다른 길을 가는 '차별화' 전략이다.

"참존은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색조는 만들지 않고 오로지 기초제품에 주력합니다."

성균관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피보약국'을 운영하며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피부전문약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피부약을 제조하며 터득한 노하우와 처방전을 기초로 제작되는 참존의 화장품은 동양여성의 염원인 맑고 흰 피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타민C와 비타민E 결합체 '토코비타C'로 미백효과를 12배 높인 '참인셀 크림'은 지난 4월 산업기술혁신에 앞장선 업체에게 주는 'IR52장영실상'을 수상했다. 화장품 회사로는 최초다.

"우리 화장품은 다양한 성분을 미백, 탄력, 보습의 5:3:2 비율로 배합해 제작되는데, 배합 시 성분이 파괴되기 쉬워 함부로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참존만의 '기술력'이죠."

 

▲ 참존 김광석 회장이 '3S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shealth.com

김 회장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창립 초부터 지금까지 '3S(Sample, Seminar, Service) 전략'을 핵심 마케팅으로 삼고 있다.

"좋은 것은 직접 써봐야 아는 것처럼 고객들에게 샘플을 공짜로 드립니다. 강력한 마케팅은 '구전'이죠. 입소문은 하루아침에 퍼지는 게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자기 얼굴에 쓰는 제품이니만큼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여성의 선택을 저는 믿습니다."

화장품 시장에서 대박 신화를 일으키고 있는 김 회장도 수차례 어려운 순간을 겪었다. 그는 성공은 최악의 고난 뒤에 온다고 생각한다.

"1979년 다른 약국에 약을 넘겼다가 보건법 위반으로 벌금형 8억원을 받았습니다. 벌금을 갚기 위해 지금의 참존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생각지도 못하게 지난 2006년에는 중국에서 '짝퉁' 참존까지 등장했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던 것일까, 남들은 다 말렸던 명품보증서 문구와 회장 자신의 사진과 서명을 제품에 넣은 덕분에 범인을 잡게 됐다.

김 회장은 "제품 포장지에 '세계 제일의 명품, 참존이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와 제 사진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화장품에 회장 사진을 왜 넣느냐면서 말이죠. 하지만 짝퉁이 등장했을 때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중국 사람들은 이제 그 사진과 문구를 보고 참존을 산다고 한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긍정의 사나이다.

30년 넘게 화장품업계에 종사해온 김 회장은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ㆍ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품이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꼬집었다.

"제조원과 판매원이 다른 화장품 회사가 90% 이상입니다. 회사별로 브랜드가 달라도 품질은 비슷비슷하다는 것이죠. 한류스타 모델에게 거액의 광고료를 주고 홍보하는 화장품들은 순간의 이익을 낼지 몰라도, 결국 소비자들이 찾는 것은 좋은 품질의 화장품 아닐까요."

정열적인 성격의 김 회장은 뛰어오르는 개구리처럼 활력이 넘친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쉬운 길만 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99명이 검정 양복을 입었다고 해서 나도 검정 옷을 입을 필요는 없어요. 내가 흰색 옷을 입으면 나머지 99명은 나를 위한 바탕색이 돼주는 것처럼 말이죠. 남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 많아져야 더 나은 세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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