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바오몰서 '삼성화장품' 검색하니 관련 상품 880건"

▲ 8일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淘宝·Taobao)닷컴에서 '삼성화장품(三星化妆品)'을 검색하면 총 880여 개 화장품이 검색창에 나타난다. (사진=타오바오 검색화면 캡처) 국윤진 기자 kookpang0510@hanmail.net
최근 한류 열풍과 한ㆍ중 FTA 체결로 화장품 시장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 제조화장품들이 중국에서 한국 대표 기업 '삼성(Samsungㆍ三星)'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淘宝ㆍTaobao)닷컴에서 '삼성화장품(三星化妆品)'을 검색하니 총 880여 개 제품이 검색창에 나타났다.

삼성화장품 연관검색어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제품들은 '디오프러스(DEOPROCE)'와 '지고트(JIGOTT)', '예담윤빛', '영빈 화장품', '장블랑' 등이다. 이 브랜드로 생산되는 화장품들은 제품에 '삼성'이라는 명칭이 붙어 검색되면서 인기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화장품들이 중국 소비자에게 삼성에서 제조한 화장품이라는 인식을 준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장품'으로 소개된 제품을 구매한 중국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 중반부터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baidu)에는 "한국 가이드 때문에 삼성화장품을 샀으나 실제로 삼성은 화장품 생산을 하지 않는다", "사기 안 당하게 조심하라", "삼성에서는 BB크림 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다", "한국인은 삼성화장품을 모른다" 등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디오프러스와 같은 화장품이 중국에서 삼성화장품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은 이들 화장품 업체가 삼성화재에 가입한 후 용기에 삼성화재 마크를 표기해 중국인들에게 삼성에서 제작하는 제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회사나 OEM(주문자 상표 부착품ㆍ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형태로 주문 제작하는 공장은 '생산물배상책임보험(PL 보험)'에 가입하도록 권고된다. 이 보험은 소비자가 제작상의 잘못이나 제조업체의 사전 주의 소홀 등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경우 제조사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을 책임진다.

예담윤빛이라는 화장품을 제조ㆍ판매하고 있는 관계자는 "우리가 삼성화재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생산 공장에서 가입했고, 그 마크를 쓸 수 있다고 해서 쓰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삼성화재 마크를 썼지만, 지금은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가입 인증'이라는 마크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공급업체 등이 원할 경우 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라며 "제품 용기나 포장지에 인증마크를 표기하는 것도 필수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중국 온라인에서 '삼성화장품'으로 검색,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 디오프러스, 지고트, 예담윤빛, 영빈 황후빈(시계 방향으로). (사진=타오바오 캡처) 국윤진 기자 kookpang0510@hanmail.net
중국 소비자들에게 '삼성화장품'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오히려 업체들이 이를 마케팅에 역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빈 화장품을 제조ㆍ판매하고 있는 L회사 관계자는 "도매상이나 납품업체, 중국 사람들이 제품을 사간 후 '삼성화장품'이라고 인터넷에 올린 것"이라며 "일일이 다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 디오프러스를 제조하는 G회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화재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표기한 것뿐"이라며 "예전에 삼성화재에서 전화가 왔을 때 이미 양해를 구하고 해명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홍보팀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해 제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재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삼성화장품'으로 광고하는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정식 의원은 이와 비슷한 해외사례나 한ㆍ중 FTA 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지 등 자료조사를 정부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조 의원은 "개별 기업에 대한 사례이기도 하지만 제도적으로 감시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며 "제품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판매자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어 문제다. 가짜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대해 단속강화 등 특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류 영향으로 국내 화장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허위ㆍ과장광고 등 불법행위가 만연하지만, 이를 단속할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이는 한국 상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계기관의 조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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