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에서 "김수영의 시와 삶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를 찾아서"

(서울=국제뉴스) 하성인 기자 = 이 시대 연극의 의미와 소통방식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성찰이라는 고뇌어린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오른다.

웃기거나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그런 평범한 줄거리를 내세우기 보다는 '자기 성찰'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시인 김수영의 시와 함께 모질고 격한 비바람같았던 우리 역사에 얹어서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 보는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긴 제목만큼이나 색다른 연극이다.

연극의 형식을 띄었지만, 연극같지 않은 연극이여서 일까? 좀더 주제에 접근시키고자 부제를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라고 붙인 연극에 묘하게도 배우 강신일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선다.

1980년 강신일은 스무한살 대학생으로 남산예술센터에서 이강백의 작품 '도마의 증언'에서 주인공 '도마'로 데뷔. 34년이 흐른 올해 다시 남산예술센터 연극무대에 선다.

이 작품에서 강신일은 배우 강신일 역을 맡았다. 김수영 시인에 대한 연극에 배우 강신일이 주인공인가? 의아해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연극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 만큼이 연극이고 어디 만큼이 대본 연습인지를 충분히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이 연극은 강신일 뿐만아니라 연출가인 김재엽(정원조 분)이 동반출연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연극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된다...연출가 김재엽과 강신일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만나 같은 대화를 나누다 함께 시인 김수영과 김수영의 시에 담긴 시대로 건너가 그의 삶과 내면을 추적해 간다.

▲ 시인 김수영과 그의 시는 모질고 격한 비바람같았던 우리 역사와 함께 하고 있었다(사진=하성인기자)
1921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대사와 함께한 김수영은 무엇보다 '김수영'으로 살아가려고 애쓴 인문주의자였다.

현대 문명과 현실을 비판하던 서정적 모더니스트이자 자유와 저항을 부르짖던 작가로서 '구름의 파수병'(1956), '하...그림자가 없다'(1960), '풀'(1968), '시여, 침을 뱉어라'(1968) 등 수많은 시와 산문을 남겼다.

일제 강점기부터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등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김수영은 거칠고 힘찬 어조 속에 자기반성과 폭로, 사회현실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하게 된다.

19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48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현실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수영은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이다'라고 철학자 강신주는 말했다.

김수영은 자신답게 살기 위해서 온몸으로 작품 활동에 몰입했고, 따라서 그의 시는 '김수영'의 생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그의 시, 산문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로 어떤 개인사적인 순간에 그 작품을 쓰게 되었는가를 무대 위에 끌어들이고자 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김수영의 시 한 편 한 편에 스며있는 격랑의 현대사를 견뎌온 한 소시민의 일상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연극 안에서의 배우와 실제 삶에서의 배우가 공존하며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출연 배우로는, 현재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강신일(강신일 역)을 비롯해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재엽' 역을 맡은 배우 정원조(재엽, 원조 역)와 오대석(김수영 역)이 등장해 기대를 모으게 한다.

끊임없이 '자유'를 노래하고 갈구했던 김수영을 통해 작가와 배우들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1세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이야기하고, 현실 앞에 자신들을 드러내어 극장에 모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문학과 연극의 경계를 지우고, 통합적인 인문학적 관점에서 시대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 가능하며, 전석 2만5천원이고 청소년 및 대학생은 1만8천원이다. 관련문의는 남산예술센터(02-758-2150)로 하면 된다.

▲ 이 연극의 또 다른 특색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의 연출로 재미와 감동은 물론 모질고 격한 우리역사와 김수영 시의 깊은 맛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사진=하성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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