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저 소득자 갈등 양산…이재명 '기본소득은 복지 아닌 경제 정책'

(수원=국제뉴스)김만구 기자 = '30%는 이 나라 국민 아닙니까(달근), 누구 맘대로 70%를 기준으로 하는가(그린쉬프트),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살아서 버는 돈입니다. 왜 당연한 희생으로 여겨야합니까(march), 아마 못 받은 30%가 세금의 80%이상 낼 것(Thecrecent)....'

정부의 '소득하위 70% 긴급재난지원금' 발표와 관련 SNS상에서 '소득 상위 30%' 역차별 논란이 거세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수 만개의 SNS의 댓글을 통해서다. 코로나 위기 해법을 낸 정부가 오히려 절벽효과 (cliff effect)를 자초한 형국이다.

정부는 30일 소득 하위 70%,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이 낸 세금 돌려주면서 세금으로 편가르나…SNS상 논란 =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SNS상에서 들끓었다.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의 한 언론 보도에만 30일 오후 6시 33분 기준 1만2645개의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브레인'은 "세금은 내고 혜택은 없는 나라"라고 했고, "공평하게 나눠주고 소득으로 세금을 다시 받으면 되는데…'(ANF), '누구는 개같이 고생하고, 누구는 놀고 돈 받고 형평성 맞나'(사랑하는공주님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고·저소득자의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는 댓글도 있다.

아이디 '갈지마'는 '국민이 낸 세금 돌려주면서 세금으로 편가르나'라고 했고, '돈이 없으면 하위 30%만 하든지'(cchem)라는 글도 올라왔다.

 

△왜 하위 70%인가…9조 1천억이면 전 국민 17만 원 지급 = 왜 '70%'인가 하는 점도 논란이다. 정부가 하위 70% 가구에 지급 결정한 9조 1천 억원이면 5천300만 명의 전 국민에게 17만 원씩 지급할 수 있다. 4인 가족 기준 약 70만 원이다.

전 국민에게 20만 원씩 지급해도 10조 6천억 원이 든다. 상위 30% 선별비용을 감안하면 20만 원씩도 지급할 수 있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단장은 "통상 선별 비용은 5~10%정도 된다"며 "9조1천 억원이면 유무형 선별비용만 최고 9천 억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말 정부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는 아동 수당 지급 결정을 할 때에도 선별비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듬해 전 아동에게 지급하기로 정책을 변경했다. 당시 10% 제외시 예산 절감액은 1,800억원이었고, 선별행정비용은 770억 원~1150억 원으로 추정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제이 부연구위원은 2018년 발간한 '아동수당 지급 예산 현황과 논점' 보고서에서 "행정비용, 민간의 사적 비용, 간접비용, 사회적 비용 또는 장기적 비용과 정치적 비용 등이 선별비용이라며 이 비용이 재정 총량의 5% 이상이라면 선별 지급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분배적 편익은 크지 않은 반면, 모든 경우에서 보편적 지급 방식보다 낮은 성장 효과가 확인된다"고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레고리 맨큐도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추려내는 것이 매우 어렵고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임을 감안할 때, 모든 미국인들에게 1,000달러를 최대한 빨리 지급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썼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대기업 회장 등 0.1%나 상위 1%만 제외하는 방식이었더라면 국민 호응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중위소득 4·5중 중복지급, 상위 30% 상대적 박탈감 = 정부의 하위 70% 선별 지원 정책으로 저소득 계층의 중복 지원 문제와 고소득자의 상대적 박탈감 등도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일례로 중위소득 가구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40~100만 원, 전기료·건강보험료 감면,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각종 지자체의 선별적 긴급생계지원 30~100만 원, 시군 재난기본소득 5~40만 원 등 코로나19과 관련해 이중 삼중 지원금을 받는다.

소득 상위 30%인 1,590만 명의 경우 경기도 및 일부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기본소득 10~30만원만 지원받게 된다. 30% 이상의 소득자는 세금은 더 내고 혜택은 못 받는 구조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중위소득 등에게 지나치게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NS 상에도 고소득자의 심리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내용의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아이디 '하늘이7788'은 "코로나에 모두 어렵다. 차등지급은 세금 납부 거부근거가 될수 있다"고 했고, '잘먹고잘산다'는 "또 세금내고 소외 되었네요"라고 적었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단장은 "69%는 되고 71%는 안되는 모호한 현 설계는 조세 회피 등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달 중순 SNS에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내는 저소득층만 혜택을 받으면 재원 부담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로 조세 저항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부자는 죄인이 아니다.부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세금을 냈는데, 그 세금으로 만든 정책에서 또 혜택을 박탈하는 것은 이중 차별"이라고 밝혔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단장은 "고소득자 등에 대해선 先 보편 지급 後 징수를 했더라면 자연스럽게 저항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국가 경영의 본질은 가계 경영과 비슷하다. 오히려 계층간 역차별의 빌미를 줬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제이 부연구위원도 보고서에서 "소수의 저소득층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에 집중할 경우 광범위한 비수혜 계층이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부유층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잃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저해되는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했다.

선별적 지급은 또 다른 사각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논란도 나온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 단장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재난, 재난기본소득이 해법이다!'는 보고서에서 "현재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광범한 서민층과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빈곤층을 선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고용보험의 경우 2018년 8월 현재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 25.5%, 임금근로자 중 적용제외자 17.2%, 적용대상 중 미가입자 21.8%가 사각지대에 있었고, 2015년 기준 빈곤층 중 5대 소득보장제도 중 단 하나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35.8%'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하위 70%' 정책에서도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기본소득은 복지 아닌 경제정책'…전국 확산 =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것은 기본소득정책을 복지가 아닌 경제정책으로 접근해서다. 이 정책을 코로나 19로 꽁꽁 얼어붙은 경제를 일시적으로 녹일 해법으로 본 것이다.

경기도는 1인당 10만 원을 지역화폐(3개월 이내 미사용시 소멸)로 지급할 경우 1조1,253억 원의 생산유발, 6,223억 원의 부가가치, 5,629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4일 이 지사의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발표 이후, 전국 기초자치단체로 기복소득 도입이 확산됐다. 30일 기준 경기도내 14개 시군이 5만~40만 원을 전 시민에게 지급하기로 했고, 강원, 부산, 전북, 울산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경기연구원 유 단장은 "현금의 경우 예·적금 등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지역화폐는 그렇지 않다"며 "재난기본소득은 복지가 아닌 경제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가 관행적으로 과거의 복지정책의 연장선으로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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