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머스 바흐(R)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4일 도쿄올림픽 개막 1년 전 기념식 도중 퇴장하면서 아베 신조(L) 일본 총리와 함께 걷고 있다. ⓒAFPBBNews

전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이 애초 잡았던 계획을 틀어 취소된 것은 지금껏 단 5차례였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1회 하계 올림픽부터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지구촌 대잔치 올림픽을 가로막은 것은 오직 전쟁뿐이었다.

그랬던 긴 올림픽 역사에 전례 없던 페이지가 생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결국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가 불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4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공동 성명서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의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대회를 2021년 여름까지 조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취소가 아닌 올림픽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1916년 독일 베를린, 1940년 일본 도쿄, 1944년 영국 런던 대회(이상 하계) 그리고 1940년 스위스 생모리츠, 1944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대회(이상 동계)는 모두 전쟁 때문에 아예 취소됐다.

질병이 가로막은 것은 124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때 신종 플루, 2016년 리우 하계 올림픽 때 지카 바이러스가 올림픽을 흔들기는 했으나 끝내 완주를 마쳤다. 코로나19가 전쟁 버금가는 재앙이라는 방증이다. 여기저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때도 '정상개최'를 고집했던 IOC지만 결국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에 두 손 들었다.

어지러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상보다 빠르게 칼을 빼든 것은 그래도 환영할 일이나 향후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쟁에 준하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취소에 버금가는 1년 연기가 결정된 지금이다. 경험한 자가 없으니 혼란은 불가피하다.

당장 일본은 큰 경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3일 일본 NHK에 따르면, 스포츠 경제학자인 간사이대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는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될 경우 약 6400억엔(7조3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미 지어진 경기장과 선수촌 아파트 등 시설 유지비와 조직위원회 운영비용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대회 개최 시에 취할 수 있었던 전 세계 관객들의 소비와 문화 활동 등을 따지면 손해의 폭은 계산하기가 더 어렵다.

일각에서 2년 연기론이 나왔으나 1년으로 선택한 것 역시 시간을 그냥 두면 둘수록 손해가 커지는 까닭이다. 다시 잡아야하는 스케줄들도 많다. 예를 들어 종목별로 예선전을 다시 치러야한다면, 대회 재개최에 따른 비용 발생 등 추가적인 손실도 피할 수 없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IOC는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오점을 나겼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담담히 인정했으나 불과 닷새 전까지만 해도 '도쿄올림픽의 정상개최를 확신한다'던 IOC였다. 전쟁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올림픽 정신'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논리로 강경 노선을 굽히지 않던 IOC였으나 결국 고집을 접었다.

IOC로서는 어떻게든 대회를 강행하고 싶었다. 가뜩이나 올림픽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고 개최로 인한 현실적인 플러스 효과 역시 떨어져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도시들이 줄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개최지와 국가에 이번과 같은 큰 타격이 가해지는 케이스가 남는다면 충격이 꽤나 크다.

국제경기연맹(IF)도 당황스럽다. 일관된 4년 주기로 올림픽 사이클에 맞춰왔는데 각종 임시방편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한다. 예선을 마친 종목은 마친 종목대로, 끝내지 않은 종목은 끝나지 않은 대로 해법을 찾아야한다. 물론 가장 난감한 것은 선수들이다. 그들을 지원해 온 각국 NOC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는 "향후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했다는 증거로서 완전한 형태의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일본은 개최국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면서 "바흐 위원장과 긴밀히 연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당당히 전했으나 그때까지 넘어야할 것들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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