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고양시의회...사상초유사태, 책임 없이 ‘네 탓’만

 

(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경기 고양시의회 이윤승 의장이 집행부(시)의 2020년 1월 정기인사 파국에 대해 유감과 함께 '의회 무시'로 규정했다.

기자의 판단에는 본말이 전도된 발언이다. 이번 인사파국의 원인을 제공하고 '무시'를 자초한 시의회가 잘못에 대한 책임통감과 사과 없이 그 수장이 집행부만 탓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

집행부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시의회에서 근무하는 45명의 공직자 중 2명의 자체승진 이외에는 전보인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는 집행부와 시의회가 사무국장자리를 두고 벌인 협의가 실패하면서 양측이 사전에 협의한 전·출입 인사마저 포기해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타부서 보직을 준비하던 5급 이하 18명의 공직자들은 그대로 주저앉거나 느닷없이 타부서로 이동하는 허탈함과 고초를 겪어야했다.

기자도 20년 가깝게 시를 출입하면서 이 같은 인사는 처음 겪어봤다. 처음 시의회가 의회사무국의 한 5급(사무관)을 4급(서기관)승진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에 '시장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를 하는 구나' 정도로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난해 명예퇴직 1년을 앞둔 공직자들에게 아예 승진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이재준 시장이 6개월을 남겨둔 직원의 승진을 선뜻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이윤승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들이 거듭 요구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이 시장이 끝내 거부하자 시의회는 사무국장(3~4급)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둘 것을 요구했다. 집행부의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른바 '몽니'를 부린 것이다. 결국 시의회가 사무국장자리를 인사에서 빼라는 바람에 4~8급까지 5명의 승진자도 제외됐다.

또 협의됐다던 전·출입 인사까지 제외됐다. 집행부는 이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회 인사에 손대는 것은 '화'만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부러 배제한 '배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는 해석이 달랐다. 한마디로 '무시'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이윤승 시의장은 지난14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시의회직원인사 보류조치는 '의회 무시'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이 시의장은 '일부에서 시의회가 시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침해하고 개입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의원 모두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지방자치법에 따라 인사 협의하는 과정에 있어 다소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시의회는 시장의 고유권한인 임용권과 인사원칙을 존중하고 있으며 시장의 권한에 대해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월권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피력했다.

기자는 이런 시의장의 발언이 과연 사실이고 적절 했나 라는 의문이 든다. 이 말은 시의회는 원칙을 존중했는데 집행부가 의회를 무시하고 홀로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시의장이 주장하는 지방자치법 제91조에는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 한다'로 돼 있다. 즉 직원 전보인사 정도를 협의하는 것이지 '승진'은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인사파국은 시의회 사무국의 고참 공무원의 승진을 이 시장에게 과도하게 청탁하면서 확산된 것이다.

결국 이것이 원인인데 개입이나 월권이 없었다는 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고 어불성설이다. 도대체 어느 선까지 넘어야 '개입이고 월권'이라고 할지 자못 궁금하다.

기자는 이번 인사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것은 시의회가 구시대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3선의 한 중진급 시의원도 취재에서 기자의 '이 시장의 잘못된 인사방침은 공개적인 석상에서 따지는 것이지 개인의 승진 요구는 그와는 다른 문제 아닌가'라는 말에도 그는 시의회 전체가 이번 일로 분개한다면서 '다른 부서 직원을 챙겼다면 청탁일 수 있지만 의회직원을 우리가 챙기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절대 청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개인적인 부탁이 아닌 시의회라는 기관이 '의회 몫'이라는 미명아래 이뤄지는 관행적인 행위로 '청탁'이 아니라는 어조다.

그러나 청탁을 금지하는 일명 '김영란 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지금, 이 같은 막무가내 주장을 당당하게 하는 것인지 이해도 안 되고 도덕적해이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시의원이라면 정치인인데 정무적인 감각도 문제다. 이 시장에게 의견개진 정도로 타진했다하더라도 엄밀하게 '청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법을 좀 비껴간다고 해도 인사권자의 의중을 헤아리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관철시키려는 것이 가당키나 한일인가.

시의회는 이번 인사파국의 원인을 제공해 더 많은 직원들에게 피해와 상실감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고 집행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시장도 인사권자로서 이해 못할 '배려'를 앞세운 또 다른 '몽니'로 많은 공직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피해를 줬다. 그것이 어떤 후유증으로 나타나는지 눈여겨 봐야하고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다.

인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집행부와 시의회는 다음 정기인사 때까지 비정상적으로 방치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협의해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가동시켜야한다.

다시는 정치인들의 자존심 다툼에 선량한 공직자들이 피해를 입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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