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냐 명분이냐…이상헌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 향후 대처 논란일 듯

▲ 월성원전 인근에 위치한 울산 동구지역에서 방사능방재를 위한 합동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 <울산 동구청 제공 자료사진>

(울산=국제뉴스) 신석민 기자 = 울산 북구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이 원자력발전소 소재지 인근 지자체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대표 발의한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울산 지역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원전 관련 보상을 받을 수 있게되지만, 원자력을 옹호하는 구실이나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원전 반대론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울산지역 5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18일 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이를 2시간 만에 철회하는 등 내부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다.

울산탈핵과 고준위 핵쓰레기 월성임시저장소 추가건설반대 울산북구주민대책위원회는 당초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핵폐기장을 짓는다는데 ‘원전 교부세’ 신설 웬말이냐"며 "이상헌 의원은 경주 핵폐기장 저지 대책부터 제시하라"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지금 진행되는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가 울산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마당에 ‘원전교부세’ 신설 법안을 내면 마치 울산이 지원금을 따내려고 싸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법안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20일 열기로 한 기자회견 계획이 전격 철회된 자체가 원전 교부세와 탈핵운동의 순수성을 놓고 향후 논쟁거리로 비화될 수 있는 소지를 상징한다는 얘기들도 흘러나온다. 

원전 위험지역에 노출돼 있는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지역 정치인과 기초자치단체가 원전 교부세에 연연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원전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의 65%를 원전이 있는 시·군에만 배분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원전 소재지가 아닌 인근 지자체는 현재 재정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원전 교부세를 지원받는 지자체는 울주군·기장군·울진군·영광군·경주시가 전부다.

원전과 인접한 지자체인 울산 북구·중구·남구·동구, 부산 해운대구·금정구, 경남 양산시, 경북 포항시·봉화군, 강원 삼척시, 전남 무안군·장성군·함평군, 전북 고창군·부안군(이상 15개 기초지자체)은 지원금 없이 '방사능 방재 업무'라는 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2014년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을 개정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반경 20km 이상 30km 이하로 확대했다. 하지만 원전지원금 근거 법령이 여태 개정되지 않아 원전 반경 30km 이하에 들어가 있는 원전 인근 지자체 15곳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지방교부세 재원 중 내국세 비율을 내국세 총액의 19.24%에서 19.42%로 확대하고, 늘어난 재원으로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자력안전교부세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지만 지역자원시설세 대상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에는 서형수(경남 양산), 윤준호(부산 해운대구), 김세연(부산 금정구), 박명재(경북 포항시)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0일 경주 월성원전 맥스터(사용후핵연료의 임시 저장 시설) 추가 건설을 허가한 것과 관련, 울산지역의 반발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노동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울산본부 8만5000명의 조합원과 그 가족의 안전을 위해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증설을 막아내는 실천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원전은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를 별도 습식저장시설(수조)에 보관하고 있다. 월성 원전에는 수조에서 열이 어느 정도 식은 사용후핵연료를 옮겨 놓는 건식저장시설(콘크리트 건물)도 있다. 이런 건식저장시설 중 하나가 맥스터다.

월성 원전은 지난 2010년부터 맥스터 7기를 건설해 운용해왔는데, 지난해 9월 기준 저장률이 91.8%에 달한 상태다. 핵폐기물 쓰레기가 탈핵 문제와 함께 또다른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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