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대체설비 계획안 승인…업체 유착의혹 속에 575억 날려

▲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28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자력본부 원전 건설현장에서 열린 신고리 5호기 원자로 설치 기념식 모습. <새울원전 제공 자료사진>

(울산=국제뉴스) 신석민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멜트다운(원자로 노심부의 액체화)이란 극단적 상황에 대비해 모든 원전에 추진했던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CFVS) 설치 계획을 최종적으로 철회했다. 

한수원이 검증되지 않은 CFVS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최소 570억원대 예산을 낭비한 만큼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원자력업계 안팎에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고리원자력본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가동원전 CFVS 대체설비 적용 계획안'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CFVS를 설치해도 경수로 원전에 중대사고가 나면 방사선 피폭 기준(20밀리시버트)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지난해 4월 연구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 대체 설비 방안을 강구해 왔다.

CFVS는 멜트다운 등 원전 중대사고(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처럼 설계기준을 초과한 사고) 발생시 원자로 파손을 막기 위한 감압설비다.

2013년부터 원전 안전성 강화 목표로 추진된 CFVS 설치 문제는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과 한수원의 유착비리 의혹을 낳은 등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 왔다.

당초 한수원 계획대로라면 격납건물내 CFVS 설치시 설계·제작·시공에 드는 총비용은 2242억원에 달한다. 2013년 국내기술을 개발한다며 연구과제비로 출연한 액수만 210억원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박범계 의원(민주당)이 한수원의 계획 변경 자료를 입수, 이미 지출된 액수가 575억원에 달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한수원이 CFVS 대신에 격납건물 중대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택한 것은 '고유량 이동형 펌프를 활용한 대체살수 설비'다. 이같은 대체살수 설비 비용 또한 모든 원전에 설치할 경우 수백억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안전 관련 전문가는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연구 시작 당시부터 CFVS 효용성을 의심했지만, 한수원 의사결정권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CFVS 설치를 고집해 왔다"며 "이제와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이상 CFVS를 주도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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