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진태 기자) 지난해 통일전 은행나무길

(경주=국제뉴스) 김진태 기자 = 천년고도 경주 통일전의 은행나무길은 아름다웠다.

직선으로 뻗은 길을 따라 높고 넓은 가을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이 길은 전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길로 손꼽히는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취는 오간데 없이 초라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 (사진=김진태 기자) 올해 통일전 은행나무길

지난달 경주엑스포 방문차 부산에서 단체로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통일전 은행나무길을 찾았다가 깜짝 놀라 경주시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으며, 시민들도 항의전화도 쇄도했다.

지난해 12월 경주시는 수령 40년이 넘은 통일전 은행나무 400여본의 가지치기를 단행했다.

이는 나무의 수형과 도심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결과로 앞으로 수년간 통일전 은행나무길은 초라한 모습으로 가을을 맞아할 것이다.

시 관계자는 “통일전 은행나무는 지나치게 속가지가 많아져 은행나무가 오래 견디기 힘든 상태라 장기적인 대책으로 가지치기를 했다. 좀 더 아름다운 은행나무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한 해 정도만 기다리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경 전문가의 말은 달랐다. 은행나무는 특성상 속가지가 잘 자라지 않아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 지나야 원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또 조경업자가 일을 챙겼으면 이런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을 거라며 계약업자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조경업 종사 관계자도 “은행나무 가지를 치면 속가지가 수년 동안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업자들이 모를리 없다”며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직원 중 조경전문가가 없어 발생한 일임을 일부 인정했다.

시 직원의 입장에서도 수년 동안 자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가지치기를 해 시민과 가을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비난을 받는 공사 계약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향후 경주시는 전문인을 채용해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천년고도의 이름에 걸맞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10일 주낙영 경주시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2019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시정신뢰 회복과 청렴도 제고를 위한 2020년 고강도 청렴 향상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주 시장은 "비위 공직자 무관용 엄중문책을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강력한 인사 조치와 일정기간 대기발령, 주요업무 배제, 승진제한, 부서장 연대 책임, 징계양정기준 상위법 범위 내에 최고 수준 처벌, 100만원 이상 뇌물 수수 시 즉각 파면 및 감면불가, 인허가 분야 2년 이상 근무자는 모두 보직이동 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직자만 탓할 일도 아니다. 시에서는 공사업체에 대한 청렴도에 있어서도 주 시장이 밝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연대 책임, 수년간 입찰금지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선 7기 주낙영 경주시장이 늘 강조하는“관광객 유치를 위한 명품거리 조성해야 한다”는 말이 공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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