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학 칼럼니스트

마을 아주머니들이 하얀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밭고랑에 길게 자리를 잡고 호미질 하는 모습은 그림에서나 찾을 수 있다. 농촌의 잡초제거는 일년내 몇 번을 매고 또 반복해야 했던 풀과의 전쟁 이었다. 그런데 밭이나 논에서 김매는 풍경이 없어졌다. 그럼 잡초는 사라졌을까? 하지만 잡초는 더 왕성하고 질기게 농업인을 괴롭힌다. 과거엔 닭의장풀, 피, 비듬, 질경이 등 억세지 않은 잡초가 대세를 이루었으나 요즘엔 외래종 잡초가 농토를 황폐화 시키고 있다. “가시박” 단풍풀“ ”돼지단풍풀“ 등 외래식물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시설농가의 비닐하우스 안까지 침범하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런 외래식물은 독한 제초제를 뿌려도 근절되지 않는 질기고 독한 생명력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 지독한 잡초를 호미를 가지고 매는 재래식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결국 화학에 의존한다. 바로 독성 강한 제초제에 김매기 역할을 맡길 뿐이다. 잡초와의 전쟁에서 농업인이 이긴 것 같지만 절대 이길 수 없는 게 잡초의 왕성하고 끈질김이다. 이젠 번식력 강한 외래 잡초와 더 질긴 전쟁을 전개하여야 한다. 잡초는 더 강하고 더 독하게 반란을 일으켜 농토와 농민을 초토화 시킨다.

밟아도 죽지 않고 또 자라나는 생명력의 대명사, 잡초(雜草ㆍweed) 끈질긴 사람을 두고 ‘잡초 같다’고들 한다. 하지만 토종식물은 외래식물처럼 번식력이 왕성하지는 않다. 덩굴을 이루어 밭, 논은 물론 산지, 도로, 하천 등을 무자비하게 집어삼키는 외래식물의 범람은 농촌엔 비상이 걸렸다.

어쩔 수 없이 제초제의 농도가 더 진해지고 횟수는 더 늘어난다. 진한농도와 쉴 새 없이 뿌려야 하는 제초제의 영향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까? 땅은 더 굳어지고 풀씨의 면역성은 더 강화되어 저항력만 키울 뿐이다.

잡초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낼 때가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토양 침식을 막는 역할도 한다. 경사가 큰 지역은 여름 장마철에 흙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곤 한다. 이때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 잡초가 단단하게 흙을 고정시켜 준다. 또 뚝새풀과 같이 자생력이 왕성해 다른 잡초들이 번식을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외래식물에서 이런 효자 역할을 기대하진 못한다. 토양을 망치는 주범인 외래식물의 유입을 차단하고 생태환경의 교란을 막아야 하는 것은 농업인의 힘만으론 어불성설이다. 범정부는 물론 지자체를 비롯한 환경단체가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근절대책을 강구 하여야 한다.

국내에는 약 1400여 종의 잡초가 서식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렇게 수많은 잡초는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 잡초가 있어 마냥 잡초라 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종이다. 실제 잡초는 제 나름의 특이하고 향토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 속에는 잡초들의 생물학적 특성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머물러 있다. 강아지풀, 개불알풀, 애기똥풀, 며느리밑씻개, 노루오줌, 털개구리미나리, 각시갈퀴나물, 각시그령, 각시비름 등 새색시를 뜻하는 순우리말 각시 연원의 예도 있다. ‘중대가리풀’, 독을 품고 있어 먹으면 광대처럼 미친다고 해서 ‘광대수염’이라고 이름 붙여진 풀도 있어 이름 하나하나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생하는 토종 야생풀의 가치가 있는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괴로움을 수반하는 외래 잡초나 해로운 잡초와의 전쟁은 농업인의 과제이고 숙명적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기에 잡초의 반란은 질긴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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