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뉴스) 백운용 기자 = 여행을 하지 않고도 러시아의 겨울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제462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12월 13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올해 마지막 정기연주회이며,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가 지휘한다. 이날 무대는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과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주자가 함께 한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제6번 '비창’을 연주하며, 바이올린 협연은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크릴로프가 맡는다.

첫 무대는 러시아 국민음악의 기틀을 다진 글린카의 대표작,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연다. 이 곡은 1964년 12월 대구시향 창립 공연과 2014년 11월 창단 5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에서 연주된 바 있다.

'루슬란과 루드밀라'는 1837년에서 1842년 사이 작곡된 5막 8장의 오페라로 푸시킨의 동명의 시를 바탕으로 했다. 세 명의 기사가 악당에게 납치된 루드밀라 공주를 구출하는 경쟁에 나서고, 시련과 모험 끝에 약혼자인 루슬란이 공주를 구한 후 그녀의 사랑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이날 연주되는 서곡은 매우 빠른 템포로 일관하며 경쾌하고 화려한 곡상과 쉬지 않고 흐르는 선율이 특징이다.

이어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르게이 크릴로프가 협연한다.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세계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도 꼽히는 이 작품은 현란한 기교와 풍부한 감정표현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의 작품이다.

차이콥스키가 남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러시아 민요를 가미한 지방색과 차이콥스키만의 애수에 찬 아름다운 멜로디 등에서 작곡자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1878년 작곡 당시에는 갖은 혹평에 시달리며 3년 동안이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뒤늦게 이 곡의 진가를 알아본 아돌프 브로드스키의 노력으로 초연은 가까스로 성사되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이후 브로드스키의 계속된 연주 덕분에 점차 인기를 얻어나갔고, 오늘날에는 전 세계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단골 레퍼토리이자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열정적인 연주와 기교, 강렬한 서정성, 음색의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세르게이 크릴로프는 오늘날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크릴로프와 런던필하모닉(바실리 페트렌코 지휘)이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무대에 대해 “세르게이 크릴로프는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 자연스러운 표현력, 유연한 흐름, 생동감 넘치는 음색을 가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극찬한 바 있다.

1970년 모스크바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세르게이 크릴로프는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를 졸업하였다. 리피저, 스트라디바리우스, 크라이슬러 등 저명한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석권한 그는 런던필하모닉, 로열필하모닉, 마린스키오케스트라,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드레스덴필하모닉, 엔에이치케이(NHK)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2008년부터 리투아니아체임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연주자이자 지휘자로서 바로크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피날레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으로 꾸민다. '비창' 교향곡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선율의 아름다움, 형식의 균형, 오케스트레이션의 정교함 등으로 비창의 정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교향곡 제6번은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듯이 표제음악적이라 고전 교향곡에 비해 형식이 매우 자유롭다.

이 작품의 결정적 특징은 제4악장이 통상적인 빠르고 쾌활한 느낌이 아니라 극히 부드러운 속도로 깊은 감동과 비통한 느낌을 전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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