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감독. ⓒAFPBBNews

지금으로부터 딱 1주일 전인 지난 4일,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안타까운 표정과 목소리로 손흥민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날은 11월 중동 A매치 2연전을 함께 치를 23명의 대표선수 명단이 발표되는 날이었고 벤투 감독은 당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면면을 공개했다. 당연히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의 이름이 포함됐다. 그런데 하필 그 새벽, 손흥민에게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에버턴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손흥민은 후반 34분 상대 고메스에게 비하인드 태클을 시도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고메스는 태클 이후 오리에와도 부딪히면서 발목 쪽에 큰 부상을 당했는데, 부상 정도를 확인한 손흥민이 머리를 부여잡고 울먹였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악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FA 역시 주심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퇴장 징계를 철회했을 정도다. 하지만 당시 손흥민의 정신적 충격은 보는 이들도 큰 걱정을 자아내게 했다. 트라우마까지 운운하던 분위기였다. 벤투 감독의 마음도 당연히 무거웠다.

당시 벤투 감독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 고메스의 쾌유를 빈다"고 먼저 말한 뒤 "너무도 큰 사고지만 이런 것은 축구를 하다보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아는 손흥민은 절대 악의적인 태클을 할 선수가 아니다.  (그런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상상도 할 수 없는 선수"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힘들겠지만 다시 앞을 향해 정진해야한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손흥민을 만나 위로 해줘야한다. 다 털어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불의의 사고이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때 만해도 경기 출전이나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암울했다. 그런데 확 달라졌다.

손흥민은 불의의 사고 후 첫 경기였던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차범근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유럽무대 최다득점까지 경신하면서 손흥민은 마음과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을 덜어 놓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EPL 경기에서 선발로 출격, 선제골로 시즌 8호포까지 터뜨렸다. 2경기 연속골과 함께 대표팀 벤투 감독의 표정도 환해졌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던 10일 밤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손흥민이 자신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흐뭇한 소감을 전했다. 14일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 및 19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준비하기 위해 아부다비로 출국하던 자리였다.

그는 "손흥민은 최근 2경기에서 연속골을 넣은 것을 포함, 우리가 알고 있고 또 기대하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발휘해줬다"고 박수를 보낸 뒤 "이제 대표팀에 들어온 만큼 우리가 추구하는 전술에 녹아들 수 있도록 서로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불과 1주일 만에 표정과 어조가 사뭇 달라졌다.

월드컵 2차 예선 최대 고비로 여겨지는 복병 레바논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핵심 공격수의 심리적 상태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단 일주일 만에 확 바뀌었다. 오히려 그 어려움을 딛고 상승세로 흐름을 바꿔 놓았으니 전화위복이 된 셈.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대표팀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여러모로 고무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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