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BBNews

(프랑스=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면서 조직의 조율 기능이 약해졌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유럽과 미국 사이에 조율이 부족하고, 회원국인 터키가 나토와 협의 없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벌인 점을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자로 발행된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나토의 뇌사상태를 겪고 있다"면서 "나토는 미국과 나토 동맹국 간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전혀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실시됐다.

그는 "미국이 유럽에 등을 돌리고 있다"면서 "미국의 최근 발언에 비춰 나토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평가해야 한다. 내 생각에 유럽은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터키를 겨냥해서는 "또다른 나토 동맹국인 터키는 우리의 이익이 걸려있는 곳(시리아)에서 조율 없이 공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터키는 프랑스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 병력을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벌였다. 미국이 시리아 철군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일어난 일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터키의 군사작전과 관련해 "나토에는 계획도 없었고 조율도 없었다"며 "나토는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리아 침공을 계기로 터키를 나토에서 추방하는 것은 회원국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나토는 냉전시대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응하기 위해 서방국들이 조성한 안보 동맹체제로, 현재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성격을 띤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거부감을 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극단적인 발언을 했는데, 그건 내가 나토를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다"면서 "우리가 문제가 있고 더 힘을 모아야 한다 하더라도 그런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독일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 행사 참석차 라이프치히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나토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중 하나라고 본다"면서 미국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나토의 적국인 러시아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금언(golden words)"이라고 극찬하면서 "나토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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