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단풍명소 많아

(가평=국제뉴스) 정상래 기자 = 남이섬 단풍은 그 어느 곳보다 물드는 속도가 남다르다. 10월 중순 단풍나무가 먼저 물들기 시작해 은행나무로 금새 번지고, 말경이면 섬 전체가 짙은 노랑과 빨강으로 가득하다. 올해는 평균 기온이 상승한 탓에 예년보다 좀 더 천천히, 절정에 다다랐다.

남이섬 단풍여행의 핵심으로 송파은행나무길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드라마, 광고 촬영으로 유명세를 탄 만큼 노랗게 깔린 '옐로 카펫'은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남이섬의 송파은행나무길이 특별한 이유는 잎이 너무 빨리 져서 아쉬워하는 관광객을 위해 여분의 잎을 마련해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공수해 온 은행잎은 짧아서 아쉬운 가을을 더 오랫동안 두눈에 담을 수 있게 해준다. 바로 옆 '소나타까페'에서 먹는 '눈사람호떡'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길거리 음식으로, 줄서지 않고선 못 먹는 명물로 떠오른지 오래다.

▲ [사진=남이섬 단풍]

섬 남서쪽 호텔정관루 별장촌을 따라 펼쳐진 '강변연인은행나무길'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석양이 은행나무로 쏟아지면 노란 햇살이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해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오후 4시경이면 노란 잎사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은 이곳을 찾은 연인들의 사랑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어서,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호텔정관루 후원에 이어진 '유영지(柳影池)'와 '청풍원(淸楓苑)' 단풍은 숙박객에겐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정원'으로, 이른 아침 물안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또한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 '자작나무숲'은 반려견 놀이터 '투개더파크'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반려견과 함께 방문한 이들에게 숨은 보석과 같은 곳이다.

노랑과 빨강이 한데 모여 더 큰 빛을 발하는 곳도 있다. 단풍나무는 남이섬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백풍밀원(百楓密苑)'은 보기 드물게 단풍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백풍밀원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두 눈 가득 빨강과 노랑을 담을 수 있다. 인근에 위치한 '남이풍원(南怡楓苑)' 주변에도 단풍나무가 많고, 남이풍원과 메타세쿼이아길 사이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곳곳에 있어 '달그릇에 은행술 빚는 황금연못'과 어우러진 경치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남이섬의 가장 큰 장점은 가을 단풍철 부담없이 들릴 수 있는 접근성이다. 남이섬은 ITX-청춘 열차로 1시간(용산역~가평역 기준)이내 위치해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인사동, 남대문 · 명동에서 매일 운행하는 남이섬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인사동 출발은 오전 9시 30분 탑골공원 옆 관광버스 대기소이고, 남대문 출발은 오전 9시 30분 남대문시장 앞 숭례문광장 관광버스 정류장으로 오전 9시 45분 신세계 백화점 신관과 본관 사이 명동 정류장을 경유한다. 여행을 즐긴 후 다시 남이섬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후 4시 출입국관리사무소 뒤편 주차장이다.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성수기 주말에는 시간이 변동되니 홈페이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남이섬의 가을은 이미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맑고 고요한 아침 풍경을 가장 먼저 만끽할 수 있는 촬영 코스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에 남이섬은 누구보다 일찍 남이섬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한 이들에게 매 주말마다 오전 7시에 첫 배를 운항하는 '단풍선'을 제공한다. 오직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른 아침 남이섬에 도착해 짚와이어를 타고 들어온다면 또 다른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섬 끝자락 '천경원'의 단풍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단풍 명소다. 짚와이어 하차장에 위치한 노래박물관에 있는 '스윙까페'에는 드립커피 향이 연일 은은하게 퍼지며,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강변 단풍길'이 매력적인 곳이니 참고할 것.

단풍이 섬 곳곳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가을, 남이섬으로 떠나보자. 남이섬은 떨어진 낙엽을 치우지 않기에 오랫동안 두 눈에 가을을 담을 수 있다. 발목까지 푹 파묻히는 낙엽길은 올 가을 당신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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