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의 ‘비상반적’ 흐름 특성 규명 및 제어 성공…Nature Comm. 게재

▲ 좌측부터 최대성 연구원, 유정우 교수.

(울산=국제뉴스) 신석민 기자 = 울산에 위치한 연구중심 특수대학인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신소재공학부의 유정우 교수팀이 기존에 보기 드문 특이한 전류 흐름 현상을 발견하고, 이유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서로 다른 물질이 결합한 이종접합 소재에 외부 자기장을 걸어주자 한 방향으로만 전류가 더 잘 흐르는 정류작용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새로운 자성 소자 개발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이종접합 소재는 맞닿은 면(계면)을 기준으로 '공간 반전 대칭성'이 깨져 있다. 일반적으로는 공간 축을 기준으로 뒤집어도 거울에서 대칭되듯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데, 서로 다른 물질이 맞붙으면 이 성질이 어긋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상태에서 자기장을 걸어서 소재에서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였다.

유정우 교수는 "구조적으로 반전 대칭성이 깨진 이종접합 계면에서 외부 자기장에 의해 전류의 흐름이 '비상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규명했다"며 "열역학 제4법칙이라고도 일컫는 '온사게르 상반법칙(Onsager reciprocal reaction)'에 위배되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온사게르 상반법칙은 열이나 전자 등 다양한 물리적 양의 상호적인 흐름에 관한 열역학 법칙이다. 예를 들어 소재 양단에 크기가 같고 부호가 반대인 전위차(전압)를 가하면 같은 크기의 전류가 방향만 뒤집힌 채(+I(+V) = -I(-V)) 흐른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방향이 달라지면 물리량도 변하는 전류의 흐름(+I(+V) ≠ -I(-V))이 나타나는 조건을 제안한 것이다.

▲ 비상반적 전류수송 측정 실험 결과.

제1저자인 최대성 UNIST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공간 반전 대칭성이 붕괴된 경우 '라쉬바(Rashba) 효과'라 불리는 스핀(spin)-전자궤도 상호작용이 나타난다"며 "이때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주면 온사게르 상반법칙이 무너지는 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례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원자 속 전자는 원자핵을 일정한 궤도로 돌면서(운동량), 스스로 회전(스핀)한다. 그런데 물질의 공간 반전 대칭성이 무너지면, 전자의 운동량과 스핀이 서로 속박된다(라쉬바 효과). 이때 자기장을 걸어주면 '시간 반전 대칭성'도 함께 붕괴하면서 전자구조의 대칭성이 무너진다.

전자의 스핀은 방향에 따라 업(up) 스핀과 다운(down) 스핀으로 나뉘며 서로 대칭된 전자 구조를 가지는데, 자기장을 인가하면 이것이 깨지는 것이다. 이때 전자들이 특정방향으로 더 잘 흐르는 '방향성' 흐름을 가질 수 있다.

유 교수팀은 란타넘산화물(LaAlO₃)과 스트론튬산화물(SrTiO₃) 의 접합 계면에서 라쉬바 효과가 크고 일정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경우 전자의 스핀과 운동량이 서로 결부돼 나타나는 다양한 전자 수송특성을 연구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두 산화물의 이종접합 전도층에서 특정 방향으로 자기장이 걸렸을 때, 전류가 한 방향으로 더 큰 값으로 흐른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 추가로 다른 방향의 전압(게이트전압)을 걸어주면, 라쉬바 효과가 커져서 전류의 방향성 흐름을 더욱 강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유정우 교수는 "이번 연구로 비상반적 수송특성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는 조건을 새롭게 제시했다"며 "자기장에 따라 정류회로의 방향 제어가 가능하므로 자성 소재 분야에서는 차세대 자성 메모리나 논리소자로 응용하는 게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신소재공학과 출신 진미진 박사(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소속)가 공동 1저자로 기여했다. UNIST 진호섭 교수와 KIST 소속 백승협·민병철·구현철·홍석민 박사, POSTECH 이현우 교수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지원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나노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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